중국의 남중국해 영유권을 인정하지 않은 국제법정의 판결에 대한 동남아국가연합(아세안)의 공동성명 발표가 무산됐다고 교도통신이 14일 보도했다.

아세안 의장국인 라오스는 10개 회원국 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아 성명을 내놓지 않기로 하고 이를 회원국에 통보했다고 한 소식통은 전했다.

네덜란드 헤이그의 상설중재재판소(PCA)가 지난 12일 중국과 필리핀의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에 대해 필리핀의 손을 들어준 이후 아세안은 공동성명을 논의했으나 캄보디아 등 일부 친중 국가가 성명 발표를 반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훈센 캄보디아 총리는 "캄보디아는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 당사국이 아니다"며 "중재 판결을 지지하는 어떤 공동성명에도 참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아세안은 지난달 중국과의 외교장관 특별회의에서 남중국해 사태와 관련해 중국을 겨냥, "신뢰와 확신을 무너뜨리고 긴장을 고조시키는 최근 상황에 깊은 우려를 표명한다"는 성명을 내놓았다가 철회했다.

중국의 압력에 불만을 품은 말레이시아가 회원국 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성명을 발표했다가 캄보디아와 라오스 등이 반대해 성명이 취소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페르펙토 야사이 필리핀 외무장관은 이날 성명을 통해 중국이 PCA 판결을 수용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야사이 외무장관은 오는 15∼16일 몽골에서 열리는 아시아유럽정상회의(아셈·ASEM)에서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 당사국들이 PCA 판결을 존중할 필요성에 대해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PCA 판결 당일 중국에 판결 수용을 요구하지 않는 필리핀이 국제회의에서 동맹국들과 판결 이행 방안을 협의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하노이연합뉴스) 김문성 특파원 kms1234@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