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간 긴장 고조, 타 분쟁국도 중국에 대담해질 것 전망

중국이 남중국해 대부분의 영유권을 주장하는 것은 법적 근거가 없다는 네덜란드 헤이그 상설중재재판소(PCA)의 판결이 비록 강제력이 미약하지만, 중국에 상당한 압력이 될 것이라고 미국 전문가들은 진단했다.

또 미국이 이번 판결을 근거로 '항행의 자유' 군사 작전을 확대할 수 있게 되면서 미중 간 긴장이 한층 고조될 것으로 예상했다.

미 매사추세츠공대(MIT) 안보연구프로그램(SSP) 테일러 프레블 부교수는 12일 "중국이 역사적 연원을 들어 주장한 '남해구단선'의 법적 타당성이 인정되지 않았다"며 "예상보다 훨씬 선명하고 포괄적인 판결"이라고 총평했다.

중국이 이미 PCA 판결 이전부터 어떤 판결이 나오더라도 수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압박하고 나서면서 중국의 영유권 주장 근거인 남해구단선에 대해서는 판단이 보류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빗나간 것을 지적한 것이다.

특히 PCA 판결이 내부 이견 없이 '만장일치'로 이뤄졌다는 점에 의미를 부여했다.

사사카와 평화재단의 데니스 블레어 이사장은 "만약 내부적으로 찬반이 엇갈렸다면 각국이 자국에 유리한 의견만을 인용해 이번 판결을 무력화하려 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PCA 판결 내용을 중국에 강제할 수 있는 수단이 없으므로 한계가 있다는 점을 인정했다.

그렇긴해도 난사군도 영유권 분쟁에 대한 첫 국제법적 판결이라는 점만으로도 중국에 상당한 압박 요인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해양분쟁 동향을 소개하는 '아시아 해양 투명성 이니셔티브(AMTI)'는 보도자료를 내고 "중국이 비록 판결 수용 불가 입장을 밝히고 판결에 대한 강제 기제도 없지만, 중국은 이번 판결로 인해 평판을 유지하기 위해 상당한 비용을 지불할 수밖에 없게 됐다"고 지적했다.

AMTI는 이어 "중장기적으로 보면 중국이 국제법과 보조를 맞추는 방향으로 나아갈 것"으로 예상했다.

단기적으로도 중국이 즉각적인 '행동'에 나서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중국이 오는 9월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 의장국이고, 이번 판결의 당사국인 필리핀의 신임 로드리고 두테르테 대통령이 양국 간 긴장 완화와 자원 공유 문제를 의제로 회담을 제안한 상태이기 때문에 중국이 당분간 대응을 자제할 것이라는 게 AMTI의 분석이다.

필리핀 이외에 현재 난사군도를 놓고 중국과 영유권 및 해양관할권 분쟁을 겪고 있는 다른 나라들이 향후 대중국 협상 과정에서 한층 대담해질 것이라고 내다보기도 했다.

이번 판결로 미중 간 갈등의 골은 더욱 팰 것으로 예상했다.

미국 상원 군사위원회 소속인 댄 설리번 상원의원(공화·알래스카)은 이날 워싱턴DC에 있는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에서 열린 세미나에서 "미국은 국제법이 허락하는 어느 곳에서나 계속해서 하늘을 날고 바다를 항해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설리번 의원은 특히 이번 판결로 중국의 영유권 주장이 무력화함에 따라 "미 해군은 몇 주 후에 난사군도 팡가니방 산호초(Mischief Reef)에서 '자유의 항행' 작전을 반드시 수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MIT 프레블 교수는 "앞으로 남중국해에 대한 미국의 관점은 더욱 공격적이 될 것"이라며 "그러나 중국은 중재판결의 배후에 미국이 있다고 보기 때문에 중국의 (대미) 시각은 더욱 적대적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워싱턴연합뉴스) 강영두 특파원 k0279@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