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이 중국을 상대로 지난 2013년 1월 22일 제기한 남중국해 분쟁을 중재해온 헤이그 중재재판소는 12일 중국이 남중국해 대부분의 영유권을 주장하는 것은 법적 근거가 없다고 판결했다.

1982년 체결된 유엔해양법협약(이하 협약) 제7 부속서에 근거해 구성된 중재재판소는 이날 3년 6개월간의 심리를 마치면서 만장일치로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500여 페이지 분량의 판결(Award)을 내렸다.

5명의 중재재판관으로 구성된 재판소는 가나 국적인 토머스 A. 멘샤(전 국제해양법 재판소장)이 이끌었다.

재판소는 특히 이번 판결은 협약 296조와 제7 부속서 11항에 따라 최종적인 결정이고 구속력을 갖는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판결문 요지.
▲중국이 주장하는 역사적 권리와 남해구단선(nine-dash line) 문제 = 재판소는 중국이 어느 정도는 남중국해역의 자원에 대한 역사적 권리를 가졌지만 그런 권리는 협약에서 근거를 제공하는 배타적 경제 수역(EEZ)과 양립할 수 없어 소멸했다고 결론을 내렸다.

또 비록 다른 나라 사람들뿐만 아니라 중국 항해사와 어민들이 역사적으로 남중국해에 있는 섬(islands)을 이용해 왔지만, 중국이 배타적인 통제권을 행사해왔다는 증거는 없다.

그래서 재판소는 중국이 (남중국해의) 남해구단선 안에 있는 해역의 자원에 대한 역사적 권리를 주장할 법적 근거는 없다고 결론 내렸다.

▲해양지형들에 대한 지위 문제(Status of Features) = 재판소는 먼저 중국이 주장하는 암초들(reefs)이 만조때 물 위에 있는지를 평가했다.

만조때 물 위에 있는 해양지형들은 최소한 12해리 영해를 주장할 자격이 있지만 만조 때 물에 잠기는 해양지형은 그렇지 않다.

재판소는 우선 암초들이 간척과 인공적 건설 때문에 심하게 변형된 것에 주목하고 협약은 해양지형을 평가할 때 그 지형의 자연적 상태에 따라 그 지위를 분류한다는 점을 토대로 중국이 주장하는 해양지형이 12해리(영해)를 넘어서는 수역을 생성할 수 있는지를 검토했다.

협약에 따르면 섬(islands)은 200해리 배타적 경제수역과 대륙붕을 생성하지만, 인간이 살지 않거나 독자적인 경제활동을 할 수 없는 암석(Rocks)은 그렇지 않다.

재판소는 협약의 이 조항(섬이나 암초냐 구분)이 자연상태에서 안정된 공동체와 경제적 활동을 유지할 수 있는 해양지형의 객관적인 수용 능력에 따라 좌우되는 것이지, 외부에서 제공되는 자원에 달려있지 않다고 결론 내렸다.

재판소는 해양지형 가운데 여러 곳에 사람이 공식 체류하는 것은 외부 지원에 의존하는 것이지 해양지형의 수용 능력을 반영하는 것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재판소는 역사적 증가가 더 관련이 깊다고 봤다.

스프래틀리 제도(islands)는 역사적으로 소그룹의 어민이 이용했고, 일본의 몇몇 수산업과 비료채취 기업들이 이용을 시도했지만 그런 일시적 이용은 안정적 공동체에 의한 거주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봤다.

따라서 재판소는 스프래틀리 제도의 어떤 섬도 확장된 수역을 생성할 수 없고, 하나의 단위로서도 전체가 확장된 수역을 생성할 수 없다고 결론 내렸다.

중국이 주장하는 어떤 해양지형도 EEZ를 생성할 수 없으므로 중국이 주장하는 지역과 오버랩되지 않는 일부 지역은 필리핀의 EEZ 안에 있다고 선언할 수 있다는 점을 재판소는 확인했다.

▲중국 측 행동의 합법성 문제 = 재판소는 일부 해역이 필리핀의 EEZ 내에 있다고 확인했기 때문에 중국이 필리핀의 EEZ에서 필리핀 어선의 조업과 석유탐사를 방해하고, 인공섬을 건설하며, 중국 어민의 조업을 방치함으로써 필리핀의 주권을 침해했다는 점을 확인했다.

또 필리핀 어민들이 스카보로 사주(沙洲)에서 조업권을 가졌지만, 중국이 접근을 제한함으로써 그들의 권리행사를 방해했다.

뿐만 아니라 중국의 단속선들은 필리핀 배들을 물리력으로 방해할 때 불법적인 방법으로 심각한 충돌위기를 조장하기도 했다.

▲해양환경 오염 문제 = 재판소는 최근 중국의 대규모 간척과 스프래틀리 제도내 7개 해양지형의 인공섬 건설이 해양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검토한 결과 중국이 산호 암초 환경을 심각하게 훼손하고 생태계와 멸종위기에 놓은 종들의 서식지를 보존ㆍ보호해야 하는 의무를 위반했다고 결론 내렸다.

중국 당국은 또 중국 어민들이 남중국해에서 멸종위기에 빠진 바다거북과 산호 등을 상당한 규모로 남획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이런 행동을 저지해야 할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다.

▲분쟁 심화 문제 = 재판소는 중재가 시작된 이후 중국의 행동이 당사자간 분쟁을 심화시켰는지 따져봤다.

최근 중국의 대규모 간척과 인공섬 건설은 분쟁해결 절차가 진행 중인 국가에 대한 의무에 부합하지 않는다.

중국은 해양환경에 회복할 수 없는 해를 끼쳤고, 필리핀의 EEZ 내에 거대한 인공섬을 세웠으며, 남중국해 해양지형의 자연상태를 보여주는 증거를 파괴했다.

(브뤼셀연합뉴스) 김병수 특파원 bingso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