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대중 압박 고삐 바짝 죌듯…환율조작논란·통상마찰 고조·RCEP 차질 우려
연말 WTO에서 중국에 '시장경제국 지위' 부여 여부 놓고도 기싸움 치열할듯


네덜란드 소재 국제분쟁중재기구 상설중재재판소(PCA)에서 12일(이하 현지시간) 남중국해 대부분에 대한 중국의 영유권 주장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판결을 내리면서 미국과 중국, 나아가 아시아 지역 경제에 미칠 영향에도 관심이 커지고 있다.

중국 경제가 곧 미국을 추월할 것이라고 여겨질 정도로 빠르게 성장하면서 그와 더불어 잦아진 미국과 중국 간의 무역마찰이 이번 일을 계기로 커질 여지가 있으며, 중국을 중심으로 추진되는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에 차질을 빚을 가능성도 제기됐다.

미국의 경제분석가들이나 아시아문제 전문가들에 따르면 지금까지 미국과 중국 간 교역에서 발생하는 마찰은 주로 환율 문제에 집중되는 면이 있었지만, 최근 반덤핑은 물론 특허, 지식재산권 등으로 확장돼 왔다.

지난 5월 미 상무부에서 중국산 냉연강판에 부과한 반덤핑 관세율이 지난 3월 예비판정 때의 약 2배인 522%로 높아진 점은 이런 현상의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중국 역시 전과 달리 적극적인 특허분쟁 참여를 통해 미국을 압박하고 있다.

삼성전자를 상대로 특허침해 소송전을 벌이고 있는 중국 휴대전화업체 화웨이는 이달 초 미국 텍사스 주에서 미국 통신회사 T모바일을 상대로 이동통신기술 특허침해 소송을 냈고, '바이리'라는 이름의 중국 휴대전화업체는 자국 내에서 미국 애플사의 '아이폰'이 자신들의 디자인 특허를 침해했다고 주장했다.

미국과 중국이 정기적으로 개최해 온 전략경제대화에서도 합의가 나오기보다는 양측의 입장 차만을 확인하는 경우가 잦아지고 있다.

지난달 열린 전략경제대화에서 미국 측은 중국에 철강과 알루미늄이라는 구체적인 품목까지 언급하며 중국의 과잉 생산이 전 세계적인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고 주장한 반면, 중국 측에서는 자국의 생산 증가가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를 계기로 이뤄졌으며 금융위기 이후 중국의 생산 증가가 세계경제 회복의 원동력이었다고 맞받았다.

안보와 연관된 경제 분야에서 미국이 중국에 가하는 압력도 이어지고 있다.

미국은 2014년 중국 인민해방군 현역 장교 5명을 산업스파이와 기업비밀절취 등 6개 혐의로 기소한 데 이어, 지난달 중국 화웨이에 북한을 비롯한 제재대상 국가와의 거래 내역 제출을 요구했다.

지난 3월 미국은 중국 통신장비업체 ZTE에 대해 미국에서 규제하는 품목을 이란에 판매했다는 점을 들어 미국 기업이 부품이나 장비를 판매하지 못하도록 규제하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남중국해 문제로 미-중간 갈등이 커지면 미국에서 기업비밀 절취 등을 명목으로 삼아 중국 기업들을 더 강하게 규제하고, 그에 따른 경제 분야에서의 불협화음이 더 커질 수 있다는 게 경제분석가들의 대표적인 우려다.

특히 올해 말 중국이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한 지 15년이 지나면 중국에 시장경제국가 지위를 부여할지에 대해 미국과 중국 사이의 기싸움이 더 거세질 전망이고, 이번 PCA 결정을 포함한 남중국해 문제는 이런 갈등을 키우기에 충분하다고 전문가들은 설명했다.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의 게리 클라이드 후프바우어 연구원은 최근 의회에 제출한 보고서에서 올해 말 미국과 중국 사이의 통상 기류에 정치적인 요인들이 상당한 영향을 줄 것이라고 예상했다.

중국이 RCEP의 연내 타결을 원하고 있지만, PCA의 남중국해 영유권 결정은 RCEP 협상에도 부정적 기류를 드리울 전망이다.

RCEP 협상에 일본과 동남아시아국가연합(아세안) 소속 국가들도 참여하고 있지만, 일본은 남중국해 문제에서 점점 더 분명하게 중국과 반대 입장을 보이고 있고, 아세안 국가들 사이에서도 필리핀과 같이 중국의 남중국해 정책에 적극적으로 반대 목소리를 내는 나라들과 그렇지 않은 나라들 사이의 입장차이가 커지면서 RCEP 협상에 대한 적극성에도 차이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워싱턴연합뉴스) 김세진 특파원 smil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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