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부, 미·일 비판 성명…CCTV, 메인뉴스 절반 할애

헤이그 상설중재재판소(PCA)가 지난 12일 중국의 남중국해 영유권 주장을 인정하지 않는 판결을 내린 데 대해 중국 정부와 관영언론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중재법정의 판결을 따르라는 미국·일본을 비판하는 동시에 중국의 영유권 주장을 담은 백서를 발간하고 남중국해에 방공식별구역(ADIZ)을 선포할 가능성도 내비쳤다.

중국 외교부는 12일 밤 루캉(陸慷) 대변인 명의의 발표문에서 존 커비 미국 국무부 대변인의 성명에 대해 "사실관계를 무시하고 불법적이고 무효한 중재판결을 조장하고 있다"며 법치 정신에 맞지 않고 '영토 분쟁에서 한쪽편을 들지 않겠다'는 스스로의 약속을 위반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루캉 대변인은 일본을 향해서도 "일본은 2차대전 시기 중국의 남해(남중국해) 도서를 침략해 점령했다"고 비판했다.

중재법정 재판부가 일본 출신 야나이 ?지(柳井俊二) 전 유엔 국제해양법재판소(ITLOS)에 의해 구성된 것은 문제라는 지적도 내놓았다.

13일에는 류전민(劉振民) 외교부 부부장도 중재법정은 독립성을 갖춘 국제법정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류 부부장은 이날 오전 국무원 신문판공실에서 내외신 기자회견을 열고 '중재법정'은 임시로 구성됐고, 재판관들의 보수, 재판 진행 비용 등을 누가 부담했는지도 알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중국이 남중국해상에 방공식별구역을 선언할 권리를 보유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중재판결 이후 중국 고위 당국자가 남중국해의 방공식별구역 문제를 공개적으로 거론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는 "만약 우리 안보가 위협을 받는다면 물론 우리는 그런 구역을 설정할 권한이 있다"며 "설정은 (위협에 대한) 중국의 종합적인 판단을 토대로 결정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중재판결은 구속력이 없고 무효한 것으로 휴짓조각에 불과하다"면서 일부 국가가 이를 집행하려 한다면 "중국 정부는 필요한 수단으로 그들을 저지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필리핀을 향해 조속히 양자협상의 궤도로 돌아올 것을 촉구했다.

중국은 이날 '중국-필리핀의 남해(남중국해) 갈등에 관한 대화해결 견지'라는 제목의 2만 자 분량의 백서를 발간했으며, 남중국해 분쟁 역사 등을 설명하며 남중국해에 대한 영유권이 있다고 거듭 주장했다.

창완취안(常萬全) 중국 국방부장도 13일 "중국의 남중국해에서의 영토 주권과 해양권익은 그 어떤 상황에서도 필리핀이 제기한 중재판결의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라며 "중국은 중재판결에 근거한 그 어떤 주장이나 행동도 수용할 수 없다"고 일축했다.

창 부장은 이날 방중한 페데리카 모게리니 유럽연합(EU) 외교안보 고위대표와 회동에서 이같이 밝힌 뒤 EU 측을 향해 "이 문제에서 객관적이고 공정한 입장을 견지하고 언행에 신중을 기하길 희망한다"고 촉구했다.

국영 중국중앙(CC)TV는 12일 메인뉴스 프로그램인 신원롄보(新聞聯播)의 방송시간 30분 중 16분을 남중국해 보도에 할애했다.

CCTV는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과 리커창(李克强) 총리의 "남중국해 도서는 예로부터(역사적으로) 중국의 영토"란 발언과 왕이(王毅) 외교부장의 성명, 판결에 대한 대만의 반발, 중국에 대한 국제적 지지, '중화인민공화국 성명'과 '외교부 성명' 등을 소개했다.

중국군 기관지 해방군보(解放軍報)는 중국군은 "당당하게 중재판결을 수용하지 않을 것이며 행동으로 국제법을 수호할 것", "각종 위협과 도전에 대응할 능력이 있다"며 "우리 영토는 한 치도 양보하지 않겠다"고 보도했다.

인민일보 자매지인 환구시보(環球時報)는 '남해(문제)에서 누가 승리하고 누가 패배했는가, (이를 아는) 역사는 웃고 있다'는 제목의 사설을 게재했다.

(베이징연합뉴스) 홍제성 이준삼 특파원 jsle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