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수 특권층이 아니라 우리 모두를 위해 일하는 나라의 비전" 주장

영국 차기 총리로 취임할 테리사 메이 내무장관은 마거릿 대처 전 총리에 견주어 '제2의 대처'로 불린다.

같은 여성이자 보수당 수장이기 때문에 당연히 나오는 비교다.

그러나 메이 총리의 공약을 보면 민간의 자율적인 경제활동을 중시하는 '대처리즘'을 도입해 신자유주의를 전파한 대처와는 다소 거리가 있는 게 사실이다.

11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와 가디언 등 영국 언론에 따르면 메이는 경제 분야에서 대처와 달리 자유보다 사회 질서를 우선하는 공약을 내세우고 있다.

이날 메이는 기업에 근로자이사제 도입을 의무화하고 주주가 경영진 연봉을 정하게 하는 등 재계 기득권층 특권을 제한하는 공약을 발표했다.

근로자이사제는 기업 이사회에 노동조합 위원장처럼 대표성을 지닌 근로자를 반드시 포함하도록 하는 제도다.

이사회를 견제할 사외이사제가 있으나 이 또한 사회적 배경이 비슷한 사람이나 업계 내부 인사로 채워지는 현실에 대한 비판 의식에서 나온 계획이다.

노동계를 포함한 사회 일각에서는 근로자이사제를 기업의 방종을 제어할 효과적인 제도로 평가하고 있다.

메이는 연례 주주총회에서 경영진 보수안 표결 결과가 구속력을 지니도록 하는 공약을 제시했다.

주총 표결이 권고 기능밖에 하지 못해 그동안 영국에서는 최고경영자(CEO)를 비롯한 경영진 고액연봉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이에 메이는 임원과 직원의 보수 격차가 점점 벌어지는 점을 지적하고 임원 보수지급안에 대한 주주들의 표결 결과에 구속력을 주겠다고 약속했다.

메이는 11일 오전 영국 버밍엄에서 한 유세에서 "내가 이끄는 보수당은 완전히, 절대적으로 근로자들 편에 설 것"이라며 "보수당을 평범한 일하는 사람들을 위한 당으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메이는 후임 총리로 확정되고서 연 기자회견에서도 "소수 특권층이 아니라 우리 모두를 위해 일하는 나라의 비전"을 강조했다.

이 같은 메이의 공약에 대해 FT는 "보수당이 시장과 개인주의가 아닌 사회와 공동체의 가치를 믿는다는 주장으로 대처와 거리를 두려는 것"이라고 풀이했다.

FT는 메이 총리가 자유보다 사회 질서에 무게를 두고 있다고 그의 성향을 요약했다.

그러나 메이가 노동권을 맹목적으로 옹호한 인물은 아니었다는 관측도 나온다.

가디언에 따르면 메이 총리는 1997년 하원에 입성하고서 "정부 복지 지출 부담이 기업으로 넘어간다"며 최저임금제를 반대하는 취지의 발언을 수차례 한 적이 있었다.

(서울연합뉴스) 김아람 기자 ric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