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영국 총리로 결정된 테리사 메이는 11일(현지시간) 처음으로 가진 기자회견에서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에서 최선을 얻어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테리사 메이 새 영국 총리의 첫 내각이 유럽연합(EU) 탈퇴를 위한 비상체제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일반적이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메이 총리가 브렉시트 국면에서 100여개 정부 직책, 그보다 많은 경제사절, 특별 대표를 임명하는 막대한 권력을 행사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면서 메이 총리가 닥친 가장 무거운 과제는 브렉시트 결정에 따른 시장의 혼란을 잠재울 각료를 선택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메이 총리는 브렉시트를 국민투표 결과대로 진행하겠지만 그 절차를 개시하는 리스본 조약 50조를 연내에 발동하지 않고 준비 기간을 갖겠다고 밝혔다.

50조가 발동되면 협상시한 2년이 바로 시작되는 까닭에 영국에서는 철저한 준비없이 협상에 들어갈 수 없다는 입장이다.

그 때문에 EU와의 협상이 시작되기 전까지 사실상 내각이 브렉시트 비상대책위원회의 역할을 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FT는 필립 해먼드 외교장관이 재무장관으로 변신해 브렉시트 구원진의 선봉에 설 수 있다고 예상했다.

해먼드 장관은 기업인 출신으로서 철저하고 건조한 경영관리인의 면모 때문에 '스프레드시트(전자계산표) 필'로 불리고 있다.

그는 오랫동안 재무장관 자리를 노려왔다는 관측을 받고 있으나 긴축을 완화할 때가 됐다고 보는 메이 총리와는 다른 견해를 보이고 있다.

브렉시트 사태 해결이 우선이라며 총리경선 불출마를 선언한 조지 오즈번 현 재무장관의 거취도 주목을 받는다.

오즈번 장관은 브렉시트 국민투표 캠페인 때 브렉시트가 경제에 미칠 타격을 적극적으로 홍보해 '공포 작전'을 쓴다는 비판을 탈퇴진영으로부터 받았다.

그러나 이 같은 성향을 전문성이자 브렉시트 연착륙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자질로 보는 관측도 있다.

FT는 오즈번 장관이 외교장관이 되거나 통상과 관련한 다른 요직을 맡기를 원할 것이라고 관측했다.

영국은 EU를 떠난 뒤에 전 세계 각국과 새로 체결해야 할 양자 통상협정 때문에 발등에 불이 떨어진 처지다.

오즈번 장관은 이날도 미국 뉴욕에서 "영국이 지구촌에서 기업에 가장 개방된 곳, 기업 운영하기에 가장 적절한 곳"이라고 홍보전에 나섰다.

FT는 메이 총리가 해먼드, 오즈번 장관을 전면에 내세운 뒤 탈퇴진영의 인사들이 그 뒤에서 동력을 제공하는 쪽으로 내각을 구성할 것이라고 관측했다.

메이 총리의 경선 캠페인을 도운 크리스 그레일링 영국 하원 원내대표가 일단 각료로 돌아올 것으로 예상됐다.

그레일링 의원은 2019년까지 브렉시트를 완료하겠다는 등의 내용을 담은 로드맵을 내놓은 적이 있다.

FT는 그레일링 의원이 브렉시트를 위한 EU와의 협상을 전담할 기구를 이끌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EU와의 결별을 주장해온 리엄 폭스 전 국방부 장관, 데이비드 데이비스 하원 의원도 내각에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고 FT는 보도했다.

한편 FT는 메이 총리는 탈퇴파이자 총리 경선의 맞대결 후보이던 앤드리아 레드섬 에너지차관에게 특정 직책을 주는 방안도 고심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브렉시트 후 영국의 비전을 조각할 주역으로 거론된 보리스 존슨 전 런던시장이나 마이클 고브 법무장관 등의 거취도 주목된다.

이들은 EU 잔류를 주장한 메이 총리와 달리 탈퇴진영에 앞장서 브렉시트 결정을 끌어냈다.

그러나 FT는 존슨 전 시장, 고브 장관이 자기파멸적 행동으로 브렉시트 진영으로서 누릴 수 있는 상황을 변화시켰다고 보도했다.

FT는 메이 총리가 보수당 잔류, 탈퇴파의 화합을 위해 이들에게 상을 주는 일이 있을지도 모르지만 일단 이들은 요직을 요구할 권리가 없다고 평가했다.

존슨 전 시장은 탈퇴를 맹렬히 주장했으나 탈퇴 결정 후 구체적 정책비전을 내놓지 못해 난타를 받았다.

고브 장관은 막장 드라마를 연상하게 하는 배신극으로 존슨 전 시장의 총리경선 출마를 저지해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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