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이어 공화당도 '보호무역 기조' 정강 마련
민주는 샌더스, 공화는 트럼프 보호무역 주장 반영

미국의 11월 대선이 다가오면서 보호무역 기조가 한층 거세지고 있다.

민주당과 공화당 양당의 후보가 누가 당선되든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통상마찰이 고조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민주당이 최근 보호무역을 골자로 하는 정강을 확정한 데 이어 전통적으로 자유무역을 지지해 온 공화당도 도널드 트럼프의 공약을 대거 수용해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에 기반한 정강을 마련했다.

공화당은 미국 우선주의에 입각한 무역협정 협상이 필요하며 상대국의 공정무역 위반 시 대항조치를 취한다는 것을 골자로 한 새로운 정강정책을 마련한 것으로 11일(현지시간) 알려졌다.

미 CNN 방송은 "공화당의 정강으로 확정될 58쪽의 문건 초안에는 보호무역에 관한 트럼프의 강력한 주장이 대거 반영됐다"면서 "2012년 당의 정강에 비해 가장 큰 변화는 무역과 관련된 부분이며 정강에 반영된 문구는 트럼프의 입장과 매우 흡사하다"고 전했다.

다만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재협상과 같은 트럼프의 선동적 입장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012년 정강에서 적극 추진을 명시했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이슈는 트럼프의 반대 견해를 고려해 구체적인 언급 없이 전체적인 무역협정에 대해서만 두루뭉술하게 거론하는 것으로 대신한 것으로 전해졌다.

초안을 보면 국제무역이 큰 틀에서는 미국 경제에 도움이 된다며 개방된 시장의 이상을 추구하는 전 세계적 다자간 협정을 옹호하면서도 미국이 당하는 대규모 적자에 대해서는 비판했다.

특히 초안에는 트럼프의 주장을 직접 인용해 "미국을 우선에 놓고(put America first) 무역정책들을 더욱 잘 협상할 필요가 있다"는 문구가 실렸다.

또 초안은 "무역협정에서 탈퇴하려고 해야만 협상에 성공할 수 있다는 점을 공화당은 이해한다"며 "공화당 대통령은 무역에서 동등을 주장할 것이며, 만약 다른 국가들이 협조하지 않는다면 의무들을 무효로 만드는 대항조치를 취할 것"이라는 내용도 담았다.

이는 트럼프의 주장과 큰 틀에서 궤를 같이하는 것으로, 트럼프는 그동안 공화당의 전통입장과 달리 나프타를 포함한 모든 자유무역협정(FTA)의 재검토 내지 폐기를 주장해왔고, 한미FTA에 대해서도 무역적자가 배로 늘고 일자리 10만 개가 날아갔다며 이를 바로잡기 위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공언해 왔다.

공화당 전국위원회(RNC) 정강위는 금명간 투표를 해 이런 내용의 초안을 확정한 뒤 오는 18일부터 시작되는 오하이오 클리블랜드 전당대회에 보낸다.

여기서 확정되는 정강은 공화당의 대선 정책기조가 된다.

민주당 전국위원회(DNC)도 앞서 지난 9일 밤 정강정책위원회를 열어 보호무역 기조 등이 포함된 정강을 확정했다.

민주당은 정강에서 기존 무역협정에 대한 재검토 입장과 함께 환율조작국에 대한 강력한 응징 방침을 밝히고 있다.

다만, 무역협정 재검토와 관련해 나프타나 한미FTA 등 어떤 협정이 대상인지는 구체적으로 적시하지 않았다.

민주당은 "지난 30여 년간 미국은 애초의 선전에 크게 미치지 못하는 너무나 많은 무역협정을 체결했다.

이런 무역협정은 종종 대기업의 이익을 증진시키는 반면 노동자의 권리와 노동기준, 환경, 공공보건을 보호하는 데는 실패했다"면서 "이제는 이런 과도한 (규제)자유화를 중단하고 미국의 일자리 창출을 지지하는 그런 무역정책을 개발해야 한다.

민주당이 이런 원칙을 반영하기 위해 여러 해 전에 협상된 무역협정들을 재검토해야 한다고 믿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어떤 무역협정도 상대국이 노동정책 및 환경에 대한 손쉬운 방법을 택함으로써 미국 노동자의 상황을 악화시켜서는 안 된다는 점을 분명히 담보해야 한다.

민주당은 앞으로 환율조작국에 대한 책임을 물리고 법집행 자원을 대폭 확대하는 것을 포함해 우리가 가진 현행 무역규칙과 수단의 집행을 강화하기 위해 싸워나갈 것"이라고 역설했다.

민주당은 불공정한 무역 관행으로 외국산 물품의 덤핑 판매, 국영기업 보조금, 통화가치 인위적 평가절하 등을 문제 삼으면서 모든 무역집행 수단을 동원해 바로잡을 것임을 천명했다.

민주당이 불공정한 무역관행국으로 중국 이외에 다른 나라의 이름은 구체적으로 거명하지 않았지만, 이는 한국과 일본까지 염두에 둔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미 재무부는 앞서 지난 4월 말 중국과 함께 한국, 일본, 독일, 대만 등 5개국을 환율조작 여부 '관찰 대상국'으로 분류했다.

민주당은 다만 TPP에 대해선 "TPP를 비롯한 모든 무역협정이 환경과 노동자를 보호해야 하고, 반드시 필요한 처방약의 구입 기회를 저해하지 말아야 한다"고만 적시해 대선후보인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의 입장을 상대적으로 많이 반영했다.

경선 경쟁자였던 버니 샌더스(버몬트) 상원의원은 TPP 비준을 위한 의회 투표를 연내에 실시하지 말 것을 정강에 적시토록 요구하는 등 TPP의 전면철회를 압박했지만, 클린턴 전 장관은 지지층의 여론을 의식해 TPP에 반대하면서도 오바마 대통령의 최대 무역 업적임을 감안, 가능성을 완전히 차단하는 대신 소극적 반대 입장만 취하고 있다.

미 정치권에선 양당의 정강에 민주당은 샌더스 의원, 공화당은 트럼프의 입장이 각각 강하게 반영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워싱턴연합뉴스) 심인성 특파원 sim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