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남부 교두보로 동남아 각국 공략하려는 듯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 국적의 이슬람국가(IS) 추종자들이 치안 상황이 열악한 필리핀 남부에 극단주의 투쟁을 지속하기 위한 부대를 창설한 것으로 알려졌다.

11일(현지시간) 싱가포르 난양(南洋) 공대 정치폭력·테러연구 국제 센터(ICPVTR)의 로한 구나라트나 소장은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필리핀 남부 민다나오 무슬림 자치구의 바실란 주(州)가 동남아 IS의 새 집결지가 됐다며 이같이 밝혔다.

로한 소장은 "IS가 필리핀에 '카티바 알 무하지르'(이민자부대)를 만들었고, 이 부대는 말레이시아인과 인도네시아인들로 구성돼 있다"고 말했다.

로한 소장은 IS 추종세력과 동조세력을 IS에 가담시키려는 목적에서 만들어졌다고 덧붙였다.

이 부대의 수장은 IS에 충성을 맹세한 필리핀 무장단체 아부사야프의 이스닐론 하필론 사령관으로 전해졌다.

부대의 규모는 명확하지 않지만, 말레이시아인만 최소 10여 명이 가담해 있다고 로한 소장은 덧붙였다.

앞서, IS는 지난달 21일 필리핀 남부를 '칼리프령'(Caliphate)으로 선언하고 동남아 IS 추종자들에게 필리핀으로 가 하필론의 지휘를 받으라고 촉구하는 내용의 선전 동영상을 공개했다.

이미 일부 추종자들은 필리핀으로 향한 것으로 알려졌다.

로한 소장은 "최근 몇 주 사이 시리아와 이라크에 가려고 했던 (극단주의자) 한두 명이 대신 필리핀으로 가 합류한 사례가 있었다"고 말했다.

IS는 각국 정부의 견제로 동남아 무슬림을 중동 전선에 합류시킨다는 계획이 성과를 내지 못하고, 중동 내 세력도 약화하자 동남아 진출을 본격화할 조짐을 보여왔다.

IS가 필리핀 남부를 거점으로 택한 이유는 공권력이 미치지 않는 수백 개의 섬이 있고, 아부사야프 등 무슬림 무장단체가 이미 뿌리를 내리고 있는 데다 해상교통의 요지로 여타 동남아 국가 공략의 교두보가 될 수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로한 소장은 "필리핀 남부는 굉장히 중심적인 위치를 점하고 있어서,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공략을 위한 주요 거점이 될 수 있다"면서 동남아 각국이 필리핀 정부의 군사적 대응에 힘을 실어줄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필리핀 현지 매체인 마닐라 타임스는 '이민자부대'의 근거지로 알려진 바실란 주에서 지난해 12월 말레이시아 출신 폭탄 전문가인 모드 나집 후센이 정부군과 교전하다 사살된 적이 있다고 전했다.

(자카르타연합뉴스) 황철환 특파원 hwangc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