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매중단 부동산펀드에 물린 멀티에셋펀드 많아…펀드런 전염 가능성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쇼크에 따른 영국 부동산펀드의 환매중단 사태가 멀티에셋펀드 등 다른 펀드로까지 번질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환매가 중단된 부동산펀드에 자산의 일부를 투자한 다른 펀드들이 많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처음 추산했던 것 보다 부동산펀드의 환매중단이 다른 펀드로 전염될 가능성이 훨씬 커졌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10일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스탠더드라이프와 핸더슨, M&G 등 8개 회사는 브렉시트로 상업용 부동산 가격 폭락에 대한 공포에 투자자들이 상업용 부동산 펀드런 조짐을 보이자 운용 중인 부동산펀드의 환매를 중단했다.

전체 환매중단 부동산 펀드의 규모는 150억 파운드(22조3천억원) 이상으로 영국 부동산펀드 자산의 절반 가량 된다고 FT는 전한 바 있다.

문제는 환매가 중단된 이들 부동산펀드에 다른 펀드들도 투자를 했다는 사실이다.

M&G가 운영하는 멀티에셋펀드 중 2개는 자산의 4∼7%를 환매가 중단된 자사 부동산펀드에 투자했다.

스탠더드라이프가 운영하는 멀티에셋펀드도 환매가 중단된 자사 부동산펀드의 지분 5∼8%를 보유하고 있다.

이같이 환매가 중단된 펀드와 다른 펀드들이 줄줄이 엮여있기 때문에 이는 금융시스템 전반의 문제로 번질 가능성이 있다고 FT는 지적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영국의 저명 펀드매니저는 "펀드오브펀드(FoF)가 유동성이 부족한 자산을 가진 펀드에 투자한 경우 잠재적 유동성 리스크가 겹겹이 쌓이는 셈"이라며 "투자자들은 환매가 중지된 부동산펀드에 물린 펀드들이 어떤 영향을 받을지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핸더슨의 멀티에셋펀드 중 3개도 자산의 3.5%를 환매가 중단된 부동산펀드에 투자했고, 아비바인베스터스의 멀티에셋 펀드는 자산의 4%가 환매가 중단된 부동산펀드에 물려 있다.

이들 펀드 외에도 지난 1년간 가장 많이 팔린 펀드인 멀티에셋펀드 중 환매가 중단된 부동산펀드에 물린 펀드는 상당하다고 FT는 지적했다.

푸르덴셜이 운영하는 1억2천900만 파운드 상당의 멀티에셋펀드는 환매가 중단된 M&G 부동산펀드에 자산의 15%가 물려 있고, 로열뱅크오브스코틀랜드가 운영하는 멀티에셋펀드는 역시 환매가 중단된 아비바인베스터스의 부동산펀드에 자산의 8%를 투자했다.

푸르덴셜 대변인은 "환매가 중단된 영국 상업용 부동산 투자 펀드는 멀티에셋 펀드의 자산 중 극히 일부이기 때문에 멀티에셋펀드는 평상시와 같이 환매가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대니 콕스 하그리브스 랜스다운 재무설계사는 "유동성 위험 때문에 운용 중인 멀티에셋펀드에 개방형 부동산펀드는 편입하지 않았다"면서 "멀티에셋펀드에서 환매가 대대적으로 일어나면 처음에는 유동성 있는 자산을 팔더라도 이후 유동성 문제에 직면하게 되기 때문에 전체 펀드의 환매를 중단해야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영국 부동산펀드의 환매중단 사태가 이같이 확산하면서, 이를 기회로 일확천금을 얻고자 하는 이들도 나타나고 있다.

미국의 사모투자회사(PEF)인 메디슨 인터내셔널 리얼티는 위기에 처한 영국 부동산 펀드들로부터 영국 부동산 자산을 싸게 사들이기 위해 앞으로 6∼18개월간 100억 파운드를 투자할 계획이라고 FT는 전했다.

(서울연합뉴스) 이 율 기자 yulsid@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