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정권 압승 대세에 반기…동일본대지진 피해 지역도 여당 참패

아베 정권이 참의원 선거에서 대승을 거뒀지만 오키나와(沖繩) 현에서는 참패했다.

이에 따라 오키나와를 지역구로 둔 자민당 중의원과 참의원이 한 명도 없는 상황이 20년 만에 벌어지게 됐다.

자민당이 이번 선거에서 오키나와 지역구에 공천한 시마지리 아이코(島尻安伊子) 오키나와·북방영토 담당상은 약 25만표를 얻는 데 그쳐 35만6천여표를 확보한 이하 요이치(伊波洋一) 전 오키나와현 기노완(宜野彎)시장에게 의석을 내줬다.

오키나와를 지역구로 출마해 앞서 2선을 달성했고 오키나와의 진흥 정책 등을 담당하고 있는 현직 장관이 텃밭에서 무소속 신인 후보에게 참패해 체면을 구긴 것이다.

2014년 12월 중의원 선거 때 오키나와 지역구에서는 자민당 후보가 모두 탈락했다가 지역구와 비례대표에 모두 출마할 수 있는 규정에 따라 비례대표로 겨우 구제됐다.

2013년 참의원 선거 때 당선돼 아직 임기를 3년 남겨 둔 오키나와 지역구 참의원은 자민당 소속이 아니다.

자민당이 마지막으로 기대를 걸었던 시마지리 담당상이 낙선해 자민당 중의원과 참의원 가운데 오키나와에 지역구를 둔 현직 의원은 한 명도 남지 않게 됐다.

마이니치(每日)신문에 따르면 자민당 국회의원이 오키나와 지역구에서 전멸한 것은 1996년 중의원 선거에 이어 20년 만의 일이다.

이런 선거 결과에는 일본 정부의 미군 기지 정책에 대한 반감과 최근 발생한 주일 미군 군무원의 오키나와 회사원(20·여) 살해 사건이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일본 내 미군 기지의 약 4분의 3(면적 기준)이 집중된 오키나와에서는 미군에 의한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았고 최근 살인 사건을 계기로 미·일 주둔군지위협정(SOFA)을 개정해야 한다는 여론이 폭발했다.

아베 정권은 'SOFA 개정' 대신 군무원으로 간주해 형사 재판 관할권을 미국이 우선 지니도록 하는 대상자를 축소하는 'SOFA 운용 방식 변경'으로 대응하기로 했다.

오키나와 유권자들은 일본 정부의 대응이 충분하지 않다고 생각한 것으로 추정된다.

또 오키나와 본섬 남부의 기노완시에 있는 미군 후텐마 비행장을 같은 섬 북쪽의 헤노코(邊野古) 연안으로 옮기겠다는 아베 정권의 방침 역시 오키나와의 민심 이탈을 가속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시마지리 담당상은 선거 운동 과정에서 미군 기지 문제 등 첨예한 쟁점을 회피하고 오키나와의 지역 부흥 등을 내세웠으나 후텐마 비행장 폐쇄·철거 공약으로 아베 정권에 반기를 들고나온 이하 후보를 당해내지 못했다.

아베 정권은 2011년 발생한 동일본대지진의 대표적인 피해 지역인 후쿠시마(福島), 미야기(宮城), 이와테(岩手) 등 도호쿠(東北) 3현(縣)에서도 참패했다.

후쿠시마에 출마한 이와키 미스히데(岩城光英) 법무상이 주요 야당의 단일후보인 마시코 데루히코(增子輝彦) 후보에게 패했고 이와테현과 미야기현에 출마한 후보도 역시 야권 단일후보와의 대결에서 각각 고배를 마셨다.

(도쿄연합뉴스) 이세원 특파원 sewonle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