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러리 '좌클릭'…샌더스, 12일 힐러리 정식 지지선언 예고
샌더스측 "80% 관철"…TPP는 오바마 입장 고려해 유지로 결론


미국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마지막까지 힐러리 클린턴을 몰아붙였던 버니 샌더스가 최저임금과 복지, 환경 관련 정책을 민주당의 공식 정책으로 관철하는데 성공했다.

그러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을 명시적으로 반대해야 한다는 샌더스 측의 주장은 결국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10일(이하 현지시간) 민주당전국위원회(DNC)와 미국 언론들에 따르면 전날 밤까지 진행된 DNC의 전체 정강정책위원회 회의를 통해 이런 내용이 결정됐다.

샌더스 지지자뿐 아니라 클린턴 지지자들도 "민주당 역사에서 가장 진보적"이라고 인정한 이번 정강에서 가장 두드러진 부분은 시간당 15달러(약 1만7천300원)의 "연방정부 기준" 최저임금을 "시간에 따라" 단계적으로 도입한다는 내용이다.

이에 미국 언론들은 얼마 전 공개된 초안에서 선언적 의미로 시간당 15달러가 언급됐던 것보다 진전된 내용이라고 평가했다.

당초 클린턴 측은 시간당 12달러까지 최저임금을 높이자는 방안을 내놓았다.

현재 미국 연방정부가 지정한 시간당 최저임금은 7.25달러고, 최근 캘리포니아 주 정부는 2022년까지 시간당 최저임금을 15달러로 올리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민주당 정강정책에서 샌더스의 '입김'이 강하게 반영된 또다른 분야는 건강보험에 대한 정부예산 지원 확대다.

현재 시행되는 '오바마케어'보다 보험 적용 치료의 범위를 키우는 것은 물론, 메디케어(노령층 의료지원)의 적용 연령을 65세에서 55세로 낮추는 등의 내용도 담겼다.

환경 관련 정책에서도 샌더스 측의 정책이 상당 부분 반영됐다.

'탄소세'를 도입하자는 주장까지는 적용되지 않았지만, '온실가스는 환경에 대한 악영향을 감안해 가격이 매겨져야 한다'는 내용이나 모든 송유관 건설이 '기후변화를 심각하게 확대할 것'이라는 내용이 담겼다.

새 유전 개발을 선도했지만, 환경파괴 논란을 빚은 수압파쇄(프래킹) 시추공법에 대해서도 '각 주나 지방자치단체에서 제한하는 경우 반대한다'는 내용이 들어갔다.

이런 사안들과 달리, TPP에 대해서는 "TPP를 비롯한 모든 무역협정"이 "환경과 노동자를 보호해야 하고, 반드시 필요한 처방약의 구입 기회를 저해하지 말아야 한다"는 클린턴 측의 입장이 지지를 얻었다.

회의에 참석한 노동계 인사들은 대체로 이런 내용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지만, 샌더스 지지자들은 이런 내용이 "말장난" 또는 "가짜 진보"라며 강한 불만을 표했다.

TPP에 명확하게 반대 의견을 보였던 샌더스와 달리 클린턴은 다소 모호한 반대 입장을 보여 왔다.

정치 분석가들은 TPP가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역점사업 중 하나였던 만큼 오바마의 정책 계승자를 자처하는 클린턴이 TPP를 반대하는데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풀이해 왔다.

이번 정책회의에서 TPP가 유지된데 대해서도 일부 미국 언론들은 클린턴 측에서 오바마 대통령의 입장을 고려했기 때문이라고 해석했고, 다른 일부 언론들은 거의 모든 주요 현안에 대해 샌더스 측의 의견을 수용하는데 대해 클린턴 측 인사들 사이에서 불만이 제기됐다고 전했다.

비록 명시적인 TPP 반대를 관철하지 못했지만, 샌더스 측에서는 이번 정책회의 결과에 대해 대체로 만족하는 분위기다.

샌더스 선거운동본부의 한 관계자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샌더스의 정책 중 "80% 가량이 관철된 것 같다"고 말했다.

샌더스 역시 전날 "이 나라가 직면한 중요 현안을 다루는데 대해 점점 (의견이) 좁혀지고 있다"는 의견을 보였고, 그의 이 발언은 오는 12일을 전후해 샌더스가 정식으로 클린턴 지지 선언을 할 것이라는 전망에 힘을 실었다.

이번 정강정책위원회 회의에서 정해진 내용에 법적 구속력이 있지는 않지만, 오는 25일부터 열리는 전당대회에서 표결을 통해 민주당의 공식 정책으로 결정되면 민주당 대선후보는 이 정책을 앞으로의 선거운동 과정에서 미국인들에게 내세우게 된다.

(워싱턴연합뉴스) 김세진 특파원 smil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