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헌법 핵심 9조 개정 목표로 '시기' 탐색할듯
변수는 경제상황…아베노믹스 파행시 개헌 동력 얻기 어려워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헌법 개정의 발판을 마련했다.

10일 일본 참의원 선거 투표 종료와 함께 발표된 교도통신과 NHK의 출구조사 결과에 의하면, 자민·공명(이상 연립여당)·오사카유신회·일본의 마음을 소중히 하는 당 등 개헌파 4개 정당이 개헌안 발의 정족수 달성을 위해 필요한 의석(78석·개헌 찬성파 무소속 의원을 반영할 경우 74석)을 차지할 공산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개헌을 위해서는 중·참 양원 의원 각 3분의 2 이상의 찬성으로 개헌안을 발의한 뒤 국민투표를 거쳐야 한다.

아베 정권은 이미 중의원에서 연립여당인 자민·공명당만으로도 전체 의석의 3분의 2 이상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번 선거를 통해 참의원에서도 개헌안 발의가 가능한 의석수를 확보하게 된 것이다.

결국 아베 총리로서는 이번 선거를 통해 개헌을 추진할 수 있는 '조건'을 갖추게 됐다.

전후체제(2차대전 패전에 따른 평화헌법 체제) 탈피를 추구해온 아베 총리에게 개헌은 정치인생 최대 목표로 알려져 있다.

이미 아베는 지난 3월 28일 참의원 예산위원회 출석때를 포함, 총리 취임 후 누차 자신의 임기(자민당 총재 임기 기준 2018년 9월까지) 중에 개헌을 하겠다는 의욕을 드러냈다.

이번 선거 운동 과정에서 선거 전략상 찬반 여론이 엇갈리는 개헌을 일절 언급하지 않았지만 2013년 참의원 선거 승리후 특정비밀보호법, 2014년 중의원 선거 승리후 집단 자위권법을 각각 처리한 것처럼 이번에도 다수당의 힘을 앞세워 개헌을 추진할 것으로 보는 이들이 적지 않다.

무엇보다 국회 의석수와 중국과 북한발 안보 위협 고조 등 개헌 '고지'를 노릴 조건과 환경이 갖춰진 언제 다시 올지 모르는 절호의 기회를 아베 총리가 그냥 흘려보내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결국 평화헌법으로 불리는 일본의 현행 헌법은 공포(1946년 11월 3일) 70주년을 앞두고 기로에 섰다.

패전 이후 예외적인 '평화국가'를 표방하며 국제분쟁에 대한 무력 개입을 포기했던 일본이 전쟁을 할 수 있는 '보통국가'로 전환할지가 관심을 모으게 됐다.

아베가 추구하는 개헌의 궁극적 목표는 국제분쟁 수단으로서의 전쟁 포기, 전력 불보유 등을 담은 9조 개정이다.

그것은 아베의 외조부인 기시 노부스케(岸信介·1896∼1987) 전 총리로부터 물려받은 꿈이기도 하다.

집권 자민당이 2012년 4월 마련한 개헌안 초안은 현행 헌법의 '전력 불보유'를 삭제하고, 총리를 최고지휘관으로 하는 사실상의 정식 군대인 '국방군'을 만드는 내용이 골자다.

또 국제분쟁 해결수단으로서의 무력 위협과 무력행사를 '영구히 포기한다'는 표현을 '사용하지 않는다'로 바꾸는 내용도 담고 있다.

헌법 9조 개정 여부는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 강화 속에 '신냉전'으로까지 불리는 동북아 갈등 구조에 변수가 될 전망이다.

개정시 동중국해에서 갈등이 이어지고 있는 중일관계에 특히 큰 파장을 가져올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근년들어 실시된 여러 언론사의 여론조사 결과 9조 개정에 대해서는 반대가 찬성보다 많다.

그런만큼 재해때 총리 권한을 강화하는 '긴급사태 조항'과 '환경권' 조문 신설 등 9조에 비해 넓은 공감대를 얻기 쉬운 항목을 내세워 1차로 개헌의 문을 연 뒤 2차 개헌때 9조 개정을 모색하는 이른바 '2단계 개헌론'도 자민당에서 거론되고 있다.

향후 개헌을 위한 1차 과제는 연립여당인 공명당을 설득하는 일일 것으로 보인다.

평화정당을 표방하는 공명당이 9조 개정 등을 놓고 자민당과 이견을 보일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또 민진당 등 야당들의 반대는 다수당의 힘으로 돌파하더라도 개헌 반대 여론을 설득해가며 국민투표라는 최종 관문을 넘어야 한다.

작년 집단 자위권법(안보법) 처리 과정에서 아베 총리가 위헌 지적을 무시한 채 강행 처리하자 국회 앞에서 연일 시위가 벌어지는 등 상당한 저항이 있었다는 점을 감안할 때 개헌 반대 여론을 돌파하는 일이 결코 간단치 않을 것으로 보는 이들도 있다.

또 올해들어 엔고·주가하락 흐름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비틀거리는' 아베노믹스의 향배도 관건이다.

경제가 순항할 전망이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개헌에 가속 페달을 밟는 것은 정권의 운명을 거는 일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많기 때문이다.

아베 총리가 개헌 논의 개시를 위한 중·참의원 헌법심사회를 가을 임시국회때 가동하겠다는 뜻을 밝혔지만 실질적인 논의는 아베노믹스의 순항 여부와 연동돼 있다는 관측이 많다.

선거 결과를 감안해 8월쯤 이뤄질 것으로 예상되는 개각의 내용은 아베가 개헌 '속도전'을 펼지, '지구전'을 벌일지를 가를 풍향계가 될 전망이다.

개헌 추진과 맞물려 자민당 총재 임기(2018년 9월 종료)의 연장 문제도 관심을 끄는 대목이다.

이미 총재를 연임한 아베가 개헌 달성을 위해 3연임을 못하게 돼 있는 자민당 당칙을 바꾸려 할지도 관심을 끈다.

(도쿄연합뉴스) 조준형 특파원 jhch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