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컨트리 리포트] 경찰 저격범 진압작전 '살상용 로봇' 첫 투입
미국 텍사스주 댈러스 경찰이 지난 7일 로봇을 투입해 경찰 저격범을 사살한 것을 놓고 윤리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미국은 해외 전쟁터에서 로봇을 전투에 투입하고 있지만 미국 내에서 로봇을 살상용으로 사용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댈러스 경찰은 이날 저격범 마이카 제이비어 존슨(25)의 투항을 종용했으나 협상에 실패하자 폭탄 로봇(노스롭그루먼 리모텍사의 앤드로스 F6 시리즈 마크봇·사진)을 투입했다. 로봇은 폭발물을 싣고 용의자가 있는 장소로 이동했고, 경찰은 원격 조종장치로 폭발물을 터뜨려 용의자를 사살했다.

미국은 현재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등 해외에 약 1만2000개의 육상용 로봇을 배치해 활용하고 있다. 무인항공기(드론) 같은 공중용 로봇은 공중에서 폭탄을 투하하거나 정밀 사격해 주요 인물을 제거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로스앤젤레스(LA)타임스는 “앞으로 경찰 진압 과정에서 로봇이 상용화될 가능성이 있다”며 “용의자에게 위협이 제기되지 않는데도 로봇이 사용될 위험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제이 스탠리 미국시민자유연맹(ACLU) 수석정책분석가는 “로봇을 사용하는 일은 아주 예외적인 상황에서만 허용돼야 한다”고 말했다.

경찰의 로봇 사용으로 2014년 미주리주 퍼거슨 사태 때 불거진 ‘경찰의 군대화’ 논란도 재점화하고 있다. 당시 퍼거슨시 시위현장엔 로보캅 스타일의 위장복을 입고, 경장갑차를 탄 완전무장 경찰 특수기동대(SWAT)가 투입돼 시위대를 더 자극한다는 지적을 받았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군대화된’ 경찰 문화를 원치 않는다며 경찰 구조를 개선하겠다고 약속했다.

워싱턴=박수진 특파원 ps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