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영토서 첫 사용…오바마가 제동 건 '경찰 군대화' 논란 재점화
로봇 사용시기·방법 두고 윤리적 논쟁도 불거져

미국 텍사스 주 댈러스 경찰이 8일(현지시간) 경찰 저격범을 사살하는 과정에서 '폭탄 로봇'이 투입된 것으로 밝혀졌다.

미 경찰이 용의자 진압과정에서 전쟁용 폭탄 로봇을 사용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경찰이 이라크전 등에 사용된 로봇을 총격 용의자 제압에 처음으로 투입하면서 경찰의 군(軍)수준 중무장을 일컫는 '경찰의 군대화' 문제가 다시 한 번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 2014년 퍼거슨시 소요사태로 경찰 과잉 진압이 논란이 되자 군대화 정책에 제동을 건 바 있다.

또 경찰 진압과정에서 로봇을 언제,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지에 대한 윤리적 논쟁도 불거지고 있다.

◇ 투입된 폭탄로봇은 폭탄 탐지나 제거용 로봇…폭탄이나 총기 장착
댈러스 경찰은 이날 댈러스 시내 엘 센트로 칼리지 주차장 안에 몇 시간 동안 숨어있는 저격범인 마이카 제이비어 존슨을 사살하는 과정에서 로봇 폭탄을 사용했다며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저격범을 살해하는 데 사용된 로봇이 육상용인지 무인기와 같은 공중용인지 등 구체적 정보는 공개하지 않았다.

미국 경찰 폭탄처리반이 로봇을 원격 조종해 폭파장치 해체에 나선 적은 있지만 폭탄이나 탄약을 실어 용의자를 제압한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다.

군사 전문가들은 육상용 로봇은 대부분 폭탄을 탐지하거나 제거하는 것이 목적이라며 살상용으로 사용되는 경우는 드물다고 설명했다.

현재 미국은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등 해외에 1만2천개의 육상용 로봇을 투입하고 있다.

로봇에는 폭탄 제거를 위한 로봇 팔이 부착되며, 총기가 장착되기도 한다.

반면 무인기(드론)와 같은 공중용 로봇은 지난 2009년부터 이라크나 시리아, 아프가니스탄의 테러세력에 대항해 공중에서 폭탄을 투하하거나 주요 인물을 제거하는 데 이용된다.

이번 용의자 제압에 사용된 로봇은 육상용 폭발물 제거 로봇으로, 폭발물을 싣고 용의자가 있는 장소로 이동했고, 원격 조종장치에 의해 폭발물을 터뜨림으로써 용의자를 사망시켰다.

마이크 롤링스 댈러스 시장도 이날 기자회견에서 "폭탄 제거용 로봇에 C4 폭발물을 실어 용의자가 숨어있는 자리에 가져다 놓고 폭파시켰다"고 설명했다.

◇ '경찰 군대화' 다시 논란 속으로
로봇이 경찰 용의자 진압과정에 처음 투입되면서 2014년 퍼거슨 사태로 불거졌던 '경찰의 군대화' 논란이 재점화됐다.

전문가들은 로봇이 경찰의 새로운 자기방어 수단이 될 가능성이 있다며 이번 사건으로 경찰의 군대화가 새로운 단계에 진입했다고 평가했다고 미국 로스앤젤레스타임스(LAT)가 이날 보도했다.

지난 2014년 미주리주 퍼거슨시에서 흑인 소년 마이클 브라운이 백인 경찰 총격에 사망하자 경찰의 과잉 진압 논란이 일었고, 중화기를 동원한 주방위군이 투입돼 전쟁 상황을 연상시킨다며 여론이 악화했다.

이에 오바마 대통령은 '군대화된' 경찰 문화를 원치 않는다며 경찰 구조를 획기적으로 개선하겠다고 약속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우선 소모적인 논쟁과 불필요한 오해를 줄이기 위해 경찰의 몸에 부착하는 카메라인 '보디캠' 도입을 확대하기로 결정했다.

'경찰의 군대화'와 관련해선 남아도는 군 장비를 경찰에 공급하는 국방부의 이른바 '1033 프로그램'에 대한 관리 감독을 강화하기로 했다.

미 국방부가 지난 1997년부터 시작한 1033 프로그램은 지뢰방호차량이나 소형화기 등 군사무기를 경찰에 무상을 넘겨주는 프로그램이다.

백악관이 지난 2014년 공개한 관련 검토보고서에 따르며 2001년 9·11 테러 이후 소형 화기 9만2천442자루, 야간투시경 4만4천275개, 험비 트럭 5천235대, 비행기 616대를 비롯해 군 장비 46만여 점이 경찰에 양도됐다.

당시 백악관은 "인권과 시민권을 보호·존중하는 경찰의 훈련 또는 군 장비의 안전한 사용에 관한 훈련이 제도화하지 못했다"며 1033 프로그램의 재검토를 약속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재검토 끝에 작년 5월 프로그램의 축소를 지시했지만 이번 사건에 사용된 로봇 등 군사무기는 계속해서 경찰에 제공됐다고 미 언론은 전했다.

◇ "더 많은 로봇, 용의자 진압에 사용될 것"…남용 우려도
전문가들은 앞으로 경찰의 진압과정에서 로봇이 상용화될 가능성이 있다며 용의자로부터 위협이 제기되지 않는데도 로봇이 사용될 위험성에 대해 경고했다고 LAT가 보도했다.

라이언 칼로 위싱턴대 법학과 조교수는 경찰이 중앙정보국(CIA)이나 공군이 테러리스트를 살해할 때 쓰는 전략까지 쓰고 있다며 "더 많은 로봇이 무장한 용의자에 대응하는 데 사용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제이 스탠리 미국시민자유연맹(ACLU) 수석정책분석가는 원격 조정 로봇의 사용이 정당화될 수 있지만 "로봇 사용은 아주 예외적인 상황에서만 허용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육상용 로봇이 안전하게 투입된다 하더라도 남용의 위험은 커진다"며 "로봇 사용이 쉬워질수록 자주 사용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ACLU는 지난 2014년 미 경찰특공대가 군대식 전략을 받아들이는 등 점점 군대화하고 있다며 시민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는 보고서를 낸 바 있다.

글로리아 브라운 마셜 존제이 컬리지 교수도 미 타임지에 민간 로봇 사용에는 한도가 있지 않다면서 정부의 보호를 기대할 수 없는 시민과 무장한 시민에 대항해 군사전략을 쓸 수밖에 없다고 믿는 정부 간의 전쟁이 벌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워싱턴·서울연합뉴스) 신지홍 특파원 김보경 기자 shi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