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폴란드에 1천명 파병…유럽 배치 MD 통제권 나토에 이양
나토, 냉전 후 최대규모 군사력 증강…나토-러 정면충돌하나
브렉시트도 화두…오버마 "브렉시트, 동맹 약화시켜선 안돼"

미국이 주도하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ㆍ나토)는 8일 오후(현지 시각) 러시아의 군사적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폴란드와 에스토니아, 리투아니아, 라트비아 등 러시아 접경 4개국에 4개 대대 규모의 병력을 파병하기로 공식 결정했다.

나토는 이날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 앙겔라 메르컬 독일 총리,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 등 28개 회원국 정상들이 참석한 가운데 회의를 열어 이 같은 대(對)러시아 군사력 증강 방안을 승인했다고 밝혔다.

이들 부대는 각각 1천명 이상으로 편성돼 파병규모는 4천∼5천명에 달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냉전 이후 나토의 가장 큰 규모 군사력 증강이다.

옌스 스톨텐베르크 나토 사무총장은 이날 저녁 회의를 마친 뒤 가진 브리핑에서 "(동유럽에 배치되는) 4개 대대는 한 회원국에 대한 공격은 전체 나토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될 것이라는 점을 명확하게 보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관련, 오바마 대통령은 미국이 폴란드에 1천명의 병력을 파병할 것이라고 말했고, 영국은 650명, 독일은 500명의 병력을 보낼 계획이라고 각각 밝혔다.

나토 정상들은 또 회의에서 사이버 안보 협력 강화, 회원국의 군사비 지출 확대, 미국이 유럽에 배치한 미사일방어(MD) 시스템 통제권의 나토 이양 등도 승인했다.

나토는 지난 2014년 초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내전에 무력으로 개입해 크림반도를 강제로 합병하자 군사적 대응도 불사하겠다고 밝히는 등 러시아에 맞서 양측은 냉전 종식 이후 최악의 대치상황을 보여왔다.

이런 가운데 나토정상회의가 러시아를 겨냥한 군사력 증강계획을 승인함에 따라 나토와 러시아 관계는 더욱 대결 국면으로 치달을 가능성이 있다.

나토는 일단 우크라이나 사태 등 러시아와의 문제 해결을 위해 대화도 병행해 나가기로 했다.

이런 방침에 따라 나토는 오는 13일 브뤼셀에서 러시아와 대사급 회담을 3개월 만에 재개하기로 해 우크라이나 사태 해결 및 관계개선의 돌파구가 마련될지 주목된다.

러시아 당국도 일단은 "나토가 러시아의 위협에 대해 얘기하는 것은 말도 안되는 일"이라면서 "러시아는 나토와 대화의 문을 열어 놓고 있으며 나토와 협력할 준비가 돼 있다"며 대화를 강조했다.

이날 회의는 또 영국의 EU 탈퇴 결정 이후 처음 열린 정상회의여서 브렉시트 이후 나토 내에서 영국의 위상과 역할 변화 여부에도 관심이 쏠렸다.

오바마 대통령은 정상회의 참석 전 도날트 투스크 EU 정상회의 상임의장 및 장-클로드 융커 EU 집행위원장과의 회동에서 "EU 탈퇴를 결정한 영국의 국민투표 결과가 유럽 통합에 대한 불확실성을 높였지만 서방의 동맹을 약화시켜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퇴임을 앞둔 캐머런 영국 총리는 "국민투표 결과에 따라 EU를 떠나도 영국은 유럽의 안보에 등을 돌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정상회의에선 미국이 주도하는 대(對)테러전쟁 지원 문제도 핵심 이슈 중 하나다.

오바마 대통령은 정상회의에 앞서 나토에 테러리즘에 굳건하게 맞설 것을 요청했다.

스톨텐베르크 나토 사무총장도 "나토 회원국의 안보를 유지하는 것에는 극단주의자들의 폭력에 위협받는 중동과 북아프리카 파트너 국가들을 지원하는 것도 포함된다"며 테러와의 전쟁에 대한 지원을 강조했다.

이에 따라 나토는 시리아와 이라크에서 전개되는 이슬람 무장세력 IS(이슬람국가) 격퇴전에 공중조기경보기(AWACS)를 지원하고,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에 대한 지원을 늘리기로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정상회의 개막에 앞서 나토와 EU는 이날 군사 및 안보 협력을 심화하는 것을 골자로 한 '나토-EU 협력 협정'에 서명했다.

나토는 오는 9일 EU의 지중해 불법이민 차단 작전 지원 등을 발표할 예정이다.

(브뤼셀연합뉴스) 김병수 특파원 bingso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