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가 사실상 차지…홍기택 부총재는 휴직기간 채운 뒤 사임 전망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이 최근 휴직에 들어간 홍기택 리스크 담당 부총재(CRO) 후임 자리를 국장급으로 강등했다.

결국 4조3천억원이 넘는 분담금을 내고 차지한 우리나라의 국제기구 부총재 자리가 사실상 사라지게 됐다.

AIIB는 홈페이지를 통해 재무담당 부총재(CFO)직을 신설하고 이에 대한 후보자를 오는 29일까지 모집한다고 9일 밝혔다.

그러나 이번 공모는 사실상 형식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AIIB는 새 CFO로 아시아개발은행(ADB) 부총재를 맡았던 티에리 드 롱구에마(프랑스)를 선임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이변이 없는 한 티에리 드 롱구에마 ADB 부총재가 사실상 신설되는 AIIB의 재무담당 부총재를 맡을 것으로 보인다.

AIIB는 대신 홍기택 부총재가 맡았던 CRO 자리는 국장급(Director)으로 강등해 공모하기로 했다.

휴직 상태에 있는 홍 부총재는 휴직 기간을 채운 뒤 자연스럽게 사임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AIIB는 중국의 진리췬(金立群) 총재 외에 인도와 독일, 한국, 인도네시아, 영국 등 5개국이 각각 부총재를 맡고 있다.

그러나 이번 공모로 앞으로 한국 대신 프랑스가 부총재 자리를 차지해 영향력을 행사할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는 AIIB에 37억달러가 넘는 분담금을 냈다.

지분율은 3.5%로 중국(26.06%), 인도(7.51%), 러시아(5.93%), 독일(4.15%)에 이어 5번째다.

우리나라 대신 부총재직을 가져간 프랑스의 지분율은 3.19%로 7번째다.

이에 따라 후임 부총재 자리에 한국인이 선임되도록 노력하겠다던 정부의 얘기도 수포가 됐다.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8일 대외경제장관회의 이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AIIB의 부총재직과 관련해 "만약 후임 선임 절차가 공식화되면 한국사람이 후임이 될 수 있게 협조 부탁을 하고 있다"면서도 "된다는 보장은 없다"고 말했다.

홍 부총재는 대우조선해양 지원 방안이 논의된 청와대 '서별관회의'와 관련한 언론 인터뷰로 파문을 일으키고 대우조선의 대규모 분식회계에 대한 감사원 감사결과가 나오며 책임론이 불거지자 AIIB에 6개월간 휴직계를 냈다.

(세종연합뉴스) 김수현 기자 porqu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