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인천하] '남미 포퓰리즘' 주도한 두 여걸…재정 거덜내며 몰락
성공한 여성 지도자만 있는 것은 아니다. 남미 강국인 아르헨티나와 브라질을 경제난으로 각각 내몬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전 대통령(임기 2007년 12월~2015년 12월)과 지우마 호세프 대통령(2011년 1월~)은 실패한 여성 리더다.

두 사람은 한때 남미를 이끄는 여성 지도자로 주목받았지만 몰락했다. 이들이 주도한 과도한 포퓰리즘 정책 탓이었다. 석유 등 풍부한 보유자원만 믿고 복지 지출을 늘리다가 글로벌 경기침체에 따른 원자재 가격 폭락이 닥치자 재정이 거덜나고 말았다.

지난해 12월 퇴임한 페르난데스 전 대통령은 환율조작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아르헨티나 중앙은행이 보유한 달러를 시장환율보다 싸게 팔도록 지시해 국가에 손실을 끼쳤다는 혐의다. 3선을 꿈꾸던 이 여걸(女傑)은 자택 압수수색, 재판 출석, 자산 동결 등 끝없는 시련을 겪고 있다.

페르난데스 전 대통령은 2007년 남편의 뒤를 이어 대통령에 당선됐다. 아르헨티나 역사상 첫 부부 대통령이었다. 그는 남편의 포퓰리즘 정책을 그대로 물려받았다. 남편 네트토르 키치네르 대통령은 집권 후 연금 대상자를 늘렸다. 복지 예산이 전체 재정의 30%로 치솟았다. 페르난데스 전 대통령은 집권 후 한술 더 떴다. 남편보다 정부 지원 연금을 두 배로 올렸다. 2011년 재선에도 성공했다.

국가는 경제 실정과 과도한 복지로 2014년부터 사실상 디폴트(채무불이행) 위기에 빠졌다. 지난해 경제성장률은 1%대로 떨어지고 물가상승률은 30%로 치솟았다. 외국인 자금은 썰물처럼 빠져나갔다.

결국 아르헨티나 국민은 지난해 말 포퓰리즘과의 단절에 표를 던졌다. 새 정부는 자유시장주의와 개방경제 정책 도입을 약속하고, 전기·가스·교통요금 등에 대한 각종 보조금을 깎는 긴축정책에 나섰다.

호세프 대통령은 탄핵이라는 벼랑 끝에 섰다. 지난 5월 상원 결의로 대통령 직무가 정지됐다. 앞으로 상원 전체회의에서 3분의 2 이상 탄핵 찬성표가 나오면 대통령직에서 쫓겨난다.

그는 그동안 기세등등했다. 브라질 정치권의 최고 실세인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전 대통령의 지지 아래 지난해 재선에도 성공했다.

호세프에게 결정타를 가한 건 국제유가 등 원자재 가격 폭락이었다. 재정이 어려워지면서 ‘퍼주기’ 정책의 한계가 드러났다. 브라질 경제에서 원유 등 원자재가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기준 65%였다. 수입이 줄면 복지도 축소해야 했지만 선거 등 정치일정 때문에 손도 못 댔다. 국가재정은 악화됐고, 이는 대규모 정부회계 부정으로 이어져 탄핵의 직접적 원인으로 작용했다.

워싱턴=박수진 특파원 ps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