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산당 창당후 시진핑 이전 91년간 후보위원 낙마자 고작 4명
19차 당대회 때 시진핑계 대거 약진, 공청단 퇴조 예상


시진핑(習近平) 체제 이후 중국 공산당의 차기 주자들이라고 할 수 있는 공산당 중앙후보위원 13명이 반(反)부패사정작업 등으로 낙마한 것으로 조사됐다고 홍콩 영자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8일 보도했다.

SCMP는 시 주석 체제가 출범한 2012년 11월 제18차 공산당 전국대표대회(18차 당 대회) 이후 지난달 말까지 당 중앙위원회 중앙후보위원 171명 가운데 13명이 직을 잃었다면서 이는 1921년 중국 공산당 창당 이후 2012년까지 중앙후보위원 낙마자 4명과 비교할 때 이례적인 일이라고 전했다.

아울러 당 중앙위원회 중앙위원도 애초 18차 당 대회 때의 205명 가운데 8명이 낙마했다.

이처럼 중앙위원과 중앙후보위원이 대거 자리를 잃게 됨에 따라 2017년 말 제19차 당 대회 때 세력재편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 공산당은 최고통치기관이 전국인민대표대회지만 이를 주관하는 곳이 당 중앙위원회→ 중앙정치국→ 중앙정치국 상무위원회 순이고 상무위원들이 총서기·국무원 총리·전인대 상무위원회 위원장 등 주요 보직을 맡는 구조로 돼 있다.

공산당 주요 지도자들에 의해 선택되는 2천200여명의 전국인민대표대회 대표들이 중앙위원과 중앙후보위원을 선출하고, 중앙위원들이 20여명의 정치국 위원을 뽑고 그 가운데서 상무위원들이 선정된다.

따라서 중앙위원회 역할이 중국 공산당의 근간이라고 할 수 있는데 중앙후보위원들은 전인대에서 표결을 통해 받은 표수에 따라 서열이 정해지며, 그 서열에 따라 중앙위원 자리를 채울 수 있다.

따라서 이번 19차 당 대회에선 낙마한 8명의 중앙위원 자리에 그다음 서열의 중앙후보위원이 들어갈 전망이다.

중앙위원은 상무위원들을 포함한 정치국원, 국무위원, 당정 중앙기관의 부장급 고위층, 성(省)·시·자치구 당 서기 또는 성장 급(級)으로 구성된다.

중앙후보위원은 대개 당과 국무원의 부부장급, 성·시·자치구의 부서기 또는 부 성장급이다.

특히 중앙후보위원은 중앙위원회 구성원은 아니지만 차기 주자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19차 당 대회에선 13명의 중앙후보위원 진입을 두고 각 정치세력 간 치열한 다툼이 예상된다.

SCMP에 따르면 낙마한 중앙후보위원 13명은 평균 연령은 56세로, 공산당의 70세 이전 퇴진 규정에 따라 내년 19차 당 대회 이후로도 1∼3차례 5년 임기의 중앙위원이나 후보 중앙위원을 지낼 수 있었다.

주목할 점은 이들 대부분이 부정부패 혐의로 낙마했지만, 시진핑의 '정적'과 관련된 세력이었다는 점이다.

낙마한 중앙후보위원 중 리춘청(李春城·60) 전 쓰촨(四川)성 부서기와 왕융춘(王永春·55) 전 중국석유천연가스집단(중국석유·CNPC) 부사장은 작년 부패 혐의로 무기징역형을 선고받은 저우융캉(周永康) 전 정치국 상무위원의 측근이다.

저우융캉은 장쩌민이 이끄는 상하이방 소속으로 분류됐던 인물로 태자당에 속한 시진핑의 정적이었다고 할 수 있다.

천촨핑(陳川平) 전 타이위안(太原)시 당서기는 같은 산시(山西)성 출신인 링지화(令計劃) 전 중국 통일전선공작부장이 낙마한 이후 당적이 박탈됐다.

판창미(范長秘·61) 전 란저우(蘭州)군구 부정치위원은 제47집단군 군장 선배인 궈보슝(郭伯雄·74) 전 중앙군사위원회 부주석가 낙마하기 6개월 전인 2014년 말 낙마했다.

링지화와 궈보슝은 모두 후진타오(胡錦濤) 전 국가주석 계열 인물들이다.

후 전 주석은 이른바 '퇀파이(團派)'로 불리는 공산주의청년단계 리더라고 할 수 있다.

역시 낙마한 중앙후보위원인 완칭량(萬慶良·52) 전 광둥(廣東)성 광저우(廣州)시 서기와 판이양(潘逸陽·54) 전 네이멍구(內蒙古)자치구 부주석, 위위안후이(余遠輝·52) 전 광시(廣西)장족자치구 난닝(南寧)시 서기 등도 공청단 계열이다.

리윈펑(李雲峰·59) 전 장쑤성 부성장과 양웨이쩌(楊衛擇·53) 장쑤성 난징(南京)시 서기, 치우허(仇和·59) 전 윈난(雲南)성 부서기 등은 '장쑤방(江蘇幇·장쑤성 출신 정·재계 인맥)' 출신이다.

전문가들은 최고 지도자들이 측근에게 길을 터주려고 경쟁 파벌에 속한 후보 중앙위원들을 경제적, 정치적 실수에 따른 책임을 물어 걸러냈을 가능성이 있다고 관측했다.

시사평론가 조니 라우(劉銳紹)는 "(최고 지도부에) 불복종하면 처벌된다"며 "고위 부패 간부가 당국 조사를 받는 즉시 다른 이들이 정치적 입장과 충성 대상을 바꿀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시진핑 체제 이후 반부패 사정작업으로 인해 과거 공청단, 상하이방, 태자당 등으로 나뉘어있던 세력이 시진핑 중심으로 몰리는 양상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근래 중화권 언론매체들은 지난달부터 진행된 중국 공산당 고위층 인사조정에서 시 주석이 과거 저장(浙江)성 서기로 재임했을 당시 저장성에 근무했던 인물들이 급부상한다고 전했다.

저장성 성장에서 장쑤(江蘇)성 서기로 승진 이동한 리창(李强), 장시성 부서기에서 성장으로 승진한 류치(劉奇·59), 산시(山西)성 부서기에서 산시성장으로 승진한 러우양성(樓陽生·57) 등이 바로 그들이라는 것이다.

(홍콩연합뉴스) 최현석 특파원 harris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