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브뤼셀에 울던 지구촌 터키·방글라·이라크에는 심드렁

무슬림 국가에서 발생하는 테러에 대한 서방의 무관심이 소외감을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미국 뉴욕타임스(NYT)가 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최근 발생한 터키 이스탄불 공항테러, 방글라데시 다카 외교가 인질극, 이라크 바그다드 시장 폭탄테러가 그 심각성에 비해 관심이 너무 작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작년 프랑스 파리, 올해 벨기에 브뤼셀에서 발생한 테러 때 지구촌 곳곳에서 희생자들에 대한 애도가 한동안 이어졌다는 사실과 상반된 풍경이다.

시리아 반체제 활동가인 미첼 킬로는 "그많던 지구촌 분노는 다 어디갔느냐"고 반문했다.

킬로는 "지구촌이 됐다는 이 세계에서 백인, 기독교, 서방인이 아닌 사람이 온전한 사람으로 존중을 받는지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최근 바그다드에서 발생한 폭탄 테러에서는 현재 집계로 무려 250명에 달하는 민간인이 숨졌다.

이슬람 성월 라마단이 끝날 무렵을 맞아 시장에 나와 식사를 하던 이들, 축구경기를 TV로 보던 이들, 부모를 따라 나선 어린이들까지 희생자들에 포함됐다.

바그다드에 사는 라잔 하산은 "트위터에 '이라크를 위해 기도하자'는 해시태그조차 찾아볼 수 없다"며 "아무도 우리에게 신경을 안 쓴다"고 낙담했다.

미국 오타와에 사는 히라 사에드는 페이스북조차 파리, 브뤼셀, 미국 올랜도 테러 때는 '안전체크' 기능을 발동했지만 바그다드 테러 후에는 아무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파리, 벨기에 테러 뒤에는 세계 각지의 유명 건축물이 대형 프로젝터를 통해 그 나라 국기로 장식됐지만 최근 터키, 이라크 국기가 장식된 곳은 없었다고 덧붙였다.

카림 라하만은 "파리, 올랜도 희생자를 합친 것보다 이라크에서 더 많은 이들이 테러로 죽었지만 이라크인들을 애도하기 위해 소셜미디어 프로필 사진을 바꾸는 이들은 아무도 없다"고 지적했다.

NYT는 사람들이 친숙한 문화에 더 많은 애정을 갖기 마련이라고 이 같은 현상이 불거지는 원인을 추정했다.

그러면서 이라크에 테러에 대한 특정 수준의 피로도가 있고 유럽보다 폭탄에 덜 놀라는 경향도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연합뉴스) 장재은 기자 jangj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