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회동의 없으면 위헌이라는 진영과 법정공방 예고

총리가 의회 승인 없이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절차를 발동할 수 있다고 영국 정부가 유권 해석을 내놨다.

이는 최근 기업들이 브렉시트 절차를 발동하려면 의회 승인을 거쳐야 한다며 소송 절차에 나선 가운데 나와 눈길을 끈다.

5일(현지시간) AFP통신에 따르면 올리버 레트윈 영국 정책부 장관은 영국 총리가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를 협상하는 절차를 개시할 수 있다는 입장을 영국 의회에 밝혔다.

레트윈 장관은 브렉시트 실무를 총괄하기 위해 새로 발족하는 정부 기구를 이끌 책임자다.

그는 이날 의회의 한 위원회에 참석해 리스본 조약 50조는 영국 행정부 특권 가운데 하나인 '왕실 특권(Royal Prerogative)'으로 발동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의원들에게 "정부 변호사들로부터 명백하게 특권이 적용될 수 있는 사안이라는 조언을 받았다"며 "법정에서도 당연히 이 같은 점을 밝힐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레트윈 장관은 영국 로펌인 미쉬콘드 레이아가 의회 승인 없이 총리가 리스본 조약 50조를 발동하는 것은 위헌이라며 소송에 나서기로 해 이 문제가 법정에서 판가름날 것이라는 점도 인정했다.

이 조약을 발동하려면 EU 법률을 영국법으로 명문화한 유럽공동체법(ECA)을 의회가 먼저 개정하거나 폐기해야 한다는 점에 대해서도 이미 의회에 검토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리스본 조약 50조는 EU를 떠나는 회원국이 EU 이사회에 탈퇴 의사를 통보하면 그 시점으로부터 2년 내 회원국들과 탈퇴 협상을 벌이도록 하고 있다.

문제는 리스본 조약 50조에 명시된 '모든 회원국은 자국 헌법적 요건에 따라 EU 탈퇴를 결정할 수 있다'라는 조항이다.

브렉시트 반대론자들은 '헌법적 요건'이 바로 영국 의회제정법에 따른 의회 승인이라며 총리가 일방적으로 50조를 발동하면 헌법 위반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들은 나아가 유럽공동체법을 폐기하는 작업도 의회의 고유한 책임과 권한인 까닭에 브렉시트를 위해서는 의회의 동의가 필요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하고 있다.

영국의 데이비 캐머런 총리는 오는 10월까지 사임하겠다고 선언하며 새로 선출되는 총리에게 브렉시트 협상의 책임을 떠넘긴 상태다.

(서울연합뉴스) 심재훈 기자 president21@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