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BI "이메일 스캔들 부주의 탓…불기소"…대권가도 '족쇄' 풀린 힐러리
미국 대통령선거 민주당 후보로 확정적인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사진)의 ‘이메일 스캔들’을 1여년 동안 수사해온 연방수사국(FBI)이 5일 “고의적인 법 위반 의도는 없었던 것으로 파악된다”고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FBI는 클린턴 전 장관을 기소하지 않을 것을 법무부에 권고하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뉴욕타임스는 “대선 판도에 엄청난 영향을 줄 결정”이라고 평가했다.

클린턴 전 장관은 국무장관 재임 시절인 2009~2013년 뉴욕주 자택에 개인 서버를 두고 업무 이메일을 주고받아 국가기밀이 유출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혐의로 FBI의 조사를 받았다. 클린턴은 “어떤 기밀 정보도 개인 이메일로 주고받은 적이 없다”고 해명했지만 이후 이메일 중에 1급 기밀도 포함돼 있던 것으로 드러나 ‘거짓말 논란’으로 사태가 증폭되기도 했다.

제임스 코미 FBI 국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클린턴 전 장관이 개인 서버로 송수신한 이메일 가운데 총 110건이 비밀정보를 포함하고 있었지만 ‘고의적 법 위반’의 의도는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그는 “비밀정보를 다루는 과정에서 잠재적 법령 위반의 증거가 있었지만 합리적인 검사라면 그런 일을 기소하지 않을 것이라는 게 우리의 판단”이라며 “법무부가 이 문제에 대해 최종 결정을 하겠지만 이 사건을 기소하지 않는 게 적절하다는 우리의 의견을 전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로레타 린치 법무장관이 최근 FBI의 수사 결과와 권고를 그대로 수용할 것이라고 밝혀 클린턴 전 장관은 이번 대선전 내내 자신을 괴롭힌 이메일 스캔들의 수렁에서 벗어나 대권 가도에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하지만 공화당 라이벌인 도널드 트럼프는 버락 오바마 정부가 자기편 대선 주자에게 ‘면죄부’를 줬다는 식의 공세를 펼칠 것으로 보여 이 일이 완전히 수면 아래로 가라앉을지는 미지수라는 지적이다.

트럼프는 이날 수사 결과 발표 직후 트위터에서 “(사법) 시스템이 조작됐다”며 “데이비드 퍼트레이어스는 그보다 훨씬 덜한 일로 문제가 됐는데 아주 불공정하다”고 비판했다. 퍼트레이어스는 불륜 관계의 여성에게 국가 기밀을 누설해 중앙정보국(CIA) 국장에서 중도 하차한 인물이다.

FBI의 이날 수사 결과 발표는 사흘 전 수사의 최종단계로 클린턴 전 장관을 소환해 3시간30분간 조사한 뒤 나온 것이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