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보호무역주의 색채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공화당 대선후보 도널드 트럼프는 ‘FTA가 일자리를 파괴했다’며 통상정책의 대전환을 공언하고 있다. 자신이 집권하면 멕시코와 NAFTA를 재협상하고, TPP는 탈퇴해 버리겠다는 과격한 주장도 내놓았다. 더 걱정스러운 건 민주당 후보 힐러리 클린턴이다. 주류 사회의 지지를 받는 후보임에도 힐러리는 ‘무역협정을 전면 재검토하겠다’는 대선 공약을 최근 확정 발표했다.

자유무역의 깃발을 치켜들고 세계화를 견인해온 나라가 미국이다. 그중에서도 특히 공화당은 자유시장의 최대 지지자였다. 그런 당의 후보가 ‘FTA는 재앙’이고 ‘자유무역 지지자는 반미주의자’라며 선동 중인 데서 혼란은 가중된다. 민주당의 변심도 놀랍다. 민주당은 ‘너무 많은 FTA가 체결돼 일자리 등에 피해를 본 만큼 기존 무역협정을 재검토하겠다’는 정강정책 초안을 만들고야 말았다. 샌더스의 선전에 영향을 받은 것인지 몰라도 주류 후보의 ‘급좌회전’이다.

‘신보호무역주의’는 방향착오다. ‘미국을 다시 부유하게’라는 공약을 실천하려면 당연히 자유무역 확대를 말해야 한다. 국제교역은 비교우위국과 비교열위국 모두에 이익이라는 리카도의 ‘비교우위론’은 여전히 유효할뿐더러 현실에서 입증되고 있다. 미 국제무역위원회(ITC)가 지난주 발표한 보고서에도 잘 드러난다. 트럼프는 ‘한·미 FTA로 한국만 이득봤다’고 했지만, 미국의 수출증대와 상품수지 개선효과도 뚜렷했다는 게 보고서의 결론이다.

물론 과도하게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 트럼프는 ‘나는 자유무역을 반대하는 게 아니라 사랑한다. 다만 멋진 거래를 하고 싶을 따름’이라고도 했다. 기억할 점은 미국의 이중성이다. 자유무역을 금과옥조처럼 부르짖던 시절에도 미국은 슈퍼 301조를 동원했다. 몇 달 전 한국 등 5개국을 ‘환율관찰대상국’으로 지정한 것처럼 언제나 자국산업 보호가 최우선이다. 얻는 만큼 내줄 수 있어야 자유무역은 극대화된다. 자유무역 최대 수혜국인 한국의 이니셔티브가 더 중요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