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동안 정붙이고 살았는데…. 터전을 옮겨야 하나는 생각도 듭니다."

방글라데시 수도 다카의 음식점에서 특히 외국인을 겨냥해 인질 테러가 벌어지자 이곳을 제2의 고향으로 삼은 한국 교민들도 큰 충격을 받았다.

방글라데시에는 1천500여 명의 교민이 있으며 이 가운데 80% 정도가 수도 다카에 산다.

1일 저녁 9시께부터 10여 시간 동안 테러가 벌어진 '홀리 아티잔 베이커리'는 자녀를 학교에 보낸 뒤 빵을 사거나 커피를 마시기 위해서도 자두 들르는 곳이었기에 교민들은 "내가 인질이 될 수도 있었다"는 생각으로 몸서리쳤다.

이 식당과 담 하나를 사이에 둔 아파트에 사는 홍혜경(58·여) 씨는 3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그날 오후 8시 30분께 귀가해 얼마 지나지 않아 뭔가 큰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면서 "처음에는 젊은 사람들끼리 싸움이 난 줄 알았는데 '알라후 아크바르'(알라는 위대하다)라고 외치는 소리가 들리면서 단순한 일이 아닌 줄 깨달았다"고 말했다.

홍 씨의 집은 2층에 있어 주방 창문에서 이 식당 주방이 보일 정도로 가깝다.

그는 바로 집안 불을 끄고 커튼을 쳐 빛이 새어나가지 않게 한 뒤 밤새 뜬 눈으로 옆 건물에서 진행되는 상황을 지켜봤다.

한인회 부회장을 맡고 있기에 중간중간 한인회를 통해 다른 교민들에게 이곳 상황을 전하며 다들 이상이 없는지 묻기도 했다.

그는 인질극이 끝나고 확인해보니 베란다에 총탄이 박혀있었다면서 "이곳이 방글라데시에서 치안이 제일 안전하다는 곳인데 이런 곳에서 테러가 나니까 당황이 되고 스스로 더 조심해야겠다는 염려가 든다"고 말했다.

1993년부터 방글라데시에서 산 김항진(52) 한인회장은 "외국에 출장 갔다가 다카공항에 내리면 그때부터 마음이 푸근해질 정도로 고향 같은 곳"이라면서 "이번처럼 무자비하게 생명을 경시하는 행태는 그동안 본 방글라데시 정서가 아니라 상당히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사고 소식을 접하자마자 대사관 측과 연락을 주고받으며 교민들 가운데 연락이 안 되는 이가 있는지 파악에 나섰다.

밤새 연락을 취합한 결과 교민들 가운데는 테러 현장에 있었던 사람이 없었던 것으로 파악됐지만, 혹시 출장자들 가운데에는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대사관에서 최종적으로 한국인 인질이 없다는 확인을 듣기까지 마음을 놓지 못했다.

그는 "한국인 희생자는 없었지만 이번에 숨진 방글라데시 학생 파라즈 후사인은 아들과 중·고교를 같이 다닌 친구"라며 "후사인을 비롯해 이번에 희생된 미국 유학생 3명은 한국 교민 자녀가 많이 다니는 다카 아메리칸스쿨을 졸업해 한국인 친구들이 많을 것"이라고 안타까워했다.

그는 "많은 테러범이 군대처럼 많은 무기를 들고 도심 한가운데에 들어올 수 있었다는 점에서 방글라데시 정부의 대처에 느슨한 면이 있었던 것 같다"면서 "상황이 빨리 정상화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뉴델리연합뉴스) 나확진 특파원 ra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