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 추정세력 '11시간 인질극', 방글라 당국 강제진압에 종료
무장괴한들 '신은 위대하다' 외치며 진입 후 인질극 개시

"음식점안에 있던 20명 손님은 대부분 외국인이었어요.

큰 폭발음이 나더니 갑자기 총을 든 괴한들이 '알라후 아크바르'(신은 위대하다)라고 외치며 식당 안으로 몰려들었어요."

방글라데시 수도 다카 현지시간으로 1일 오후 9시께 시내 외교공관 지역의 '홀리 아티잔 베이커리'에 수니파 무장단체인 이슬람국가(IS) 소행으로 추정되는 인질극 개시 직전에 극적으로 탈출에 성공한 식당 지배인 수몬 레자는 당시 상황을 이같이 전했다.

레자는 단식성월 라마단 기간이었지만, 이미 해도 떨어지고 무슬림들도 만찬을 즐기는 시간대여서 식당 안은 많은 외국인과 함께 흥겨운 분위기였다고 상황을 소개했다.

그런 가운데 갑작스러운 소음과 함께 폭발음이 울리자 손님들이 출입문 쪽으로 달려나가거나 탁자 아래로 숨는 등 흥겨웠던 식당 안이 순식간에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마침 주방 쪽에 있던 레자는 총과 칼로 무장한 괴한들이 들어오는 것을 보고, 살아야겠다는 생각으로 식당 2층으로 뛰어가 식당 건물 지붕으로 올라 아래로 뛰어내려 탈출에 성공했다.

레자 외에도 브라질 국적의 요리사를 포함해 주방 쪽에 있던 7∼8명은 무장 괴한들의 진입을 목격하거나 위험을 알리는 소리를 듣고 식당 외부로 나가는 데 성공한 것으로 전해졌다.

몇 명은 건물에서 뛰어내리면서 부상하기도 했다.

레자는 탈출 과정에서 지붕에 올랐을 때 식당 내부에서 폭발물이 터졌는지 건물 전체가 흔들렸다고 상황을 전했다.

무장 괴한들은 식당 진입 직후 손님과 종업원들에게 총을 겨누며 인질로 삼았다.

이어 방글라데시 치안 당국의 병력이 도착해 총격전이 벌어졌다.

그 와중에 방글라데시 경찰 2명이 숨진 것으로 전해졌다.

식당에서 불과 200m 떨어진 사무실에서 일하는 아타우르 라흐만은 퇴근 후 거리로 나왔다가 총소리를 들었다면서, 거리에 있던 사람들이 총소리에 놀라 소리가 나는 반대방향으로 달아났다고 미국 CNN 방송에 전했다.

부근에 있던 파르자나 아짐은 폭발소리를 처음 듣고서는 총소리가 아닌 비행기 소리로 알았는데 몇 분 뒤 무언가 터지는 굉음이 이어졌다고 말했다.

무장괴한들과 방글라 치안당국과의 교전이 이어지는 가운데 인질 가운데 일부가 휴대전화를 이용해 가족과 친지, 친구와 통화하면서 내부 상황을 알린 것으로 전해졌다.

익명을 요구한 한 남성은 홀리 아티잔 베이커리에서 인질로 잡힌 조카와 통화했다며 "경찰이 식당 내부로 진입하면 괴한들이 자신들을 살해할 것으로 걱정했다"고 AFP 통신에 말했다.

방글라 치안당국 역시 무장괴한들이 잡고 있는 인질 수가 많고 상당수가 외국인이라는 점을 고려해 협상을 시도했으나, 대치가 길어지면서 협상 가능성이 희박해지자 현지시간으로 2일 오전 7시30분께 진입 작전을 개시해 인질 구출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2년전 문을 연 홀리 아티잔 베이커리는 현지인이 아닌 외국인 요리사를 고용해 양질의 스페인·이탈리아 음식을 제공해온 데다 현지의 유명한 굴샨 호수도 부근에 있어 외교관과 외국기업 주재원들 사이에 인기가 컸다.

이 때문에 인질극에서도 이탈리아인들이 상당수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카타르·이집트·이집트·이탈리아 대사관이 식당 옆에 있고, 한국대사관과도 700m 정도밖에 떨어져 있지 않다.

이 때문에 현지 한국공관 관계자는 "우리 직원들도 종종 찾는 곳"이라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뉴델리연합뉴스) 나확진 특파원 ra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