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 결정으로 혼란에 빠져든 영국 정부를 이끌 보수당 차기 대표 경선이 30일 시작됐다.

오는 9월 초 선출되는 새 보수당 대표는 데이비드 캐머런의 뒤를 이어 영국 총리가 된다. EU 잔류파였던 캐머런 총리 겸 보수당 대표가 국민투표 패배의 책임을 지고 10월까지 물러나기로 한 데 따른 것이다. 새 총리는 분열된 나라를 통합하고 EU와 탈퇴 협상을 하는 막중한 책무를 안게 된다. AP통신은 차기 총리 자리를 ‘독이 든 성배’라고 표현했다.

당 대표 경선에 나가려면 30일 낮 12시까지 하원의원 2명 이상의 추천을 받아 후보로 등록해야 한다. 경선 후보가 3명 이상이면 보수당 소속 하원의원 331명이 투표로 최종 후보를 2명으로 압축한다. 이후 모든 당원이 우편으로 투표해 9월9일 새 대표를 선출한다.

유력 후보는 EU 탈퇴파를 이끈 보리스 존슨 전 런던시장(52)과 EU 잔류파지만 적극적으로 잔류 캠페인에 나서지 않은 테리사 메이 내무장관(56)이다. 국민투표 전까지 차기 총리로 가장 유력했던 조지 오즈번 재무장관은 경선에 참여하지 않기로 했다.

지난 28일 보수당 당원 1300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서 메이 장관은 29%, 존슨 전 시장은 28%의 지지율을 보였다. 국민투표 직후만 해도 존슨 전 시장의 일방적인 승리가 예상됐지만 탈퇴파의 거짓말이 드러나고 브렉시트 여파로 정치·경제적 혼란이 거듭되면서 인기가 주춤해졌다.

메이 장관은 성공회 성직자의 딸로, 이민과 치안에 강경한 입장을 표해 탈퇴파 의원들도 호감을 보이고 있다. ‘영국의 앙겔라 메르켈(독일 총리)’ ‘제2의 마거릿 대처(전 영국 총리)’란 말을 듣는다.

야당인 노동당도 사실상 지도부 공백 상태다. 제러미 코빈 대표는 당내에서 퇴진 압박을 받고 있고, 정권 교체에 대비한 예비 내각에서 장관 역할을 맡은 의원 3분의 2가 무더기로 사퇴하는 등 극심한 혼란에 빠졌다. 뉴욕타임스는 “EU 탈퇴를 결정한 국민투표 이후 영국 보수당과 노동당이 모두 지도부 공백 사태를 겪고 있다”며 “혼란을 잠재우기 위해 올가을 조기총선을 치러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고 전했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