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전 '좋다' 응답 60%…지금은 '나쁘다' 응답이 60%
퓨리서치 "사회 전반 보수화 탓"…흑인 43% "인종갈등 영원히 해결 안 될것"

2008년 첫 흑인 출신 미국 대통령의 탄생은 흑인을 비롯한 미국내 유색인종에게 미국의 인종 관계가 긍정적으로 변화할 것이라는 희망을 주기에 충분했다.

인종 차별이 당장 없어지진 않더라도, 최소한 이전보다는 확연히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컸다.

그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재선을 성공적으로 마쳐가는 2016년 중반 현재 미국의 인종 관계 지표는 어떨까.

미국 퓨리서치센터가 지난 2월부터 3개월간 1천4명을 대상으로 한 심층 전화 인터뷰를 바탕으로 27일 발표한 트렌드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그 결과는 다소 충격적이다.

응답자의 25%가 오바마 대통령이 인종 관계를 더 악화시켰다고 답했고, 28%는 그가 '노력은 했지만 개선되지는 않았다'고 답했다.

응답자 과반이 인종 관계가 개선되지 않았다고 생각한 것이다.

특히 백인이면서 공화당원이라고 밝힌 응답자의 59%는 최근 인종 문제가 너무 많이 다뤄진다며 '짜증'을 냈다.

퓨리서치센터가 이 트렌드 조사에서 인용한 뉴욕타임스와 CBS 여론조사를 보면 현재 미국의 인종 관계의 현황을 더 명확히 알 수 있다.

7년 여전 오바마 대통령 취임 100일 후 치러진 두 언론사의 여론조사를 보면, 흑인 응답자의 59%, 백인응답자의 65%가 미국의 인종 관계가 '전반적으로 좋다(generally good).'고 답했었다.

하지만 최근 시행한 여론조사를 보면 답변은 정확히 거꾸로다.

인종 관계가 '나쁘다(bad)'고 응답한 흑인 응답자는 61%에 달했고, 백인응답자들도 45%가 그렇다고 답변했다.

퓨리서치 자료에 따르면 흑백 간 경제적 소득 격차도 지난 50년간 거의 줄어들지 않았다.

1967년 흑인의 가구당 중간소득은 2만4천700달러였고, 백인은 4만4천700달러였는데, 2014년 흑인 가구 소득은 4만3천300달러, 백인 가구 소득 7만1천300 달러의 절반 남짓에 불과했다.

이번 퓨리서치 심층 전화 조사에서 성별이나 연령, 교육 정도와 관계없이 피부색 때문에 차별을 받는다고 답한 흑인 응답자의 비율은 70%를 상회했다.

반면, 백인응답자들의 경우 62%가 인종은 별문제가 안 된다고 답했고, 31%는 백인이라는 점이 유리하게 작용했다고 인정했다.

심지어 흑인 응답자의 43%는 미국에서 흑백 간 인종 평등은 영원히 실현되지 않을 것이라고 답변했다.

또 흑인들은 경찰서나 법원 등에서 가장 부당한 대우를 받고 있다고 생각했다.

84%의 흑인 응답자가 피부 색깔로 경찰들에게 부당한 대우를 받고 있다고 응답했고,75%가 법원에서 그런 대우를 받았다고 답했다.

또 은행에서 대출을 받거나(66%) 직장에서 일할 때(64%)도 부당한 대우를 받는다고 응답했다.

백인 경찰관에 의한 흑인 총격 살인 사건이 잇따라 터져 나오면서 지난 2014년부터 시작된 '블랙 라이브즈 매터(Black Lives Matter·흑인의 목숨도 중요하다.

)'운동은 오바마 대통령 집권 기간 흑백 갈등이 오히려 악화한 원인 중 하나일 것이다.

이와 관련한 조사에서도 응답자의 단지 61%가 그 운동의 목적을 이해하고 있다고 답했고, 53%가 지지한다고 답변했다.

하지만 이 운동이 인종 평등을 실현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답한 응답자는 극소수에 불과했다.

흑인 대통령 집권 기간에 인종 문제가 더 악화한 원인과 관련해 퓨리서치 보고서는 "오바마의 책임이라기보다는 사회 전반의 민족적 보수주의화가 인종갈등을 재점화 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인종차별적인 거친 언사를 쏟아내며 분노한 백인 중산층의 지지를 자산으로 여기는 트럼프가 공화당 후보로 확정됐고, 심지어 미국 테네시주 연방 하원의원 선거에 출마한 한 후보는 고속도로 옆에 '미국을 다시 하얗게'(Make America White Again)라는 선거 광고판을 버젓이 게시하는 세상인 것이다.

오죽하면 흑인 노예 쿤타 킨테와 그 후손들의 고난을 다룬 대하드라마 '뿌리(Roots)'가 40년 만에 리메이크될까.

(서울연합뉴스) 김현재 기자 kn0209@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