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화당 유권자 절반 "트럼프 말고 다른 후보 원해"
자유당 존슨·녹색당 스타인 부상…무당파 유권자 향배 촉각


대통령 선거를 앞둔 미국에서 도널드 트럼프가 공화당의 대선 후보로 자리를 사실상 굳혔지만, 공화당 유권자의 절반 정도는 다른 후보를 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트럼프뿐만 아니라 민주당의 사실상 대선 후보인 힐러리 클린턴 전 미 국무장관에 대한 거부감도 커지면서 제3의 정당의 대선 후보가 나서 이번 대선에서 캐스팅보트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됐다.

27일(현지시간) NBC방송은 월스트리트저널과 공동 실시한 여론 조사에서 공화당 유권자의 45%만 트럼프에 만족을 표했고 52%는 다른 후보를 선호할 것이라고 답했다.

반면 클린턴 전 장관에 대해 만족한다고 답변한 민주당 유권자는 52%였으며 다른 후보를 원한다는 응답은 45%로 트럼프와 대조를 이뤘다.

트럼프에 만족한다는 공화당 응답자의 58%는 고졸 또는 그 이하의 학력을 가졌지만 다른 후보를 선호한다는 응답자의 60%는 대졸자로 학력에 따른 편차도 심했다.

지난 19일부터 23일까지 실시된 이번 여론 조사에서 응답자의 55%는 지난 2주 동안 트럼프의 행동에 대해 비호감을 보였고 20%만 지지를 표했다.

반면 클린턴 전 장관의 행동에 대해서는 38%가 비호감, 27%는 지지 의사를 내비쳤다.

다만 트럼프는 워싱턴의 관행 개선과 경제 분야 대처 분야에서는 클린턴 전 장관에 각각 53% 대 23%, 47% 대 37%로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다.

정직 및 솔직함에서도 트럼프를 택한 응답이 41%로 힐러리(25%) 전 장관보다 많았다.

응답자의 54%와 44%는 외교 정책 대처와 훌륭한 최고 사령관 분야에서 클린턴 전 장관을 택해 30%와 32%의 지지를 받은 트럼프를 앞섰다.

트럼프가 내세운 무슬림의 미국 입국 일시 금지에 대해선 응답자의 49%가 부정적인 견해를 보였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이번 여론 조사 결과를 분석하면서 이들 두 후보에 대한 유권자들의 거부감 심화가 제3당 후보들에게 기회를 주고 있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유권자의 대다수가 클린턴 전 장관과 트럼프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가진 데다 자유당 후보 게리 존슨과 녹색당 후보 질 스타인이 일정 수준까지 지지를 올려 이번 대선 경쟁을 더욱 치열하게 만들 수 있을 것으로 봤다.

클린턴 전 장관과 트럼프의 양자 대결로 여론 조사를 했을 경우 클린턴 전 장관이 지지율은 46%로 트럼프(41%)보다 5% 포인트 앞선다.

그러나 존슨과 스타인을 포함한 4자 대결에서는 클린턴 전 장관(39%)과 트럼프(38%)와 격차가 1% 포인트까지 줄어들기 때문이다.

신문은 이런 여론 조사 결과는 무당파 유권자들이 이번 대선에서 중요한 요소로 작용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고 봤다.

이번 여론 조사에서 무당파 유권자만을 대상으로 했을 때는 자유당 존슨의 지지율이 23%로 클린턴(15%) 전 장관을 앞섰다.

신문은 이번 대선이 과거와 다른 점은 민주당과 공화당의 양당 후보가 인기가 없다는 점으로 유권자들이 이들 후보와 개인적인 연대감을 거의 느끼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번 조사를 공동 진행한 공화당 여론조사요원 빌 매킨터프는 "이들 거대 정당 후보들에 대한 기록적인 비호감으로 과거 로스 패로 때보다 제3 또는 제4정당 후보들이 더 많이 득표할 기회가 주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1992년 무소속으로 대선에 출마한 로스 패로는 19%의 득표율을 기록했고 1996년에 재출마해 8%를 득표했다.

(서울연합뉴스) 심재훈 기자 president21@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