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그렉시트 위기·난민문제 이어 리더십 시험대
'EU 추가 이탈 막고 EU 개혁 목소리에 대응' 숙제로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61) 총리에게 '유럽분열 막기'라는 숙제가 다시 던져졌다.

지난해 그리스 구제금융 협상과 난민 위기에서 지도력을 보여준 메르켈 총리는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라는 초유의 사건을 맞아 위기관리 능력을 또 한 번 검증받아야 할 순간을 맞았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26일(현지시간) '브렉시트로 앙겔라 메르켈이 다시 한 번 EU 위기의 중심에 서다'란 제목의 기사에서 메르켈 총리가 어느 때보다 큰 시험무대에 올랐다고 설명했다.

브렉시트 결정 이후 장-클로드 융커 EU 집행위원장 등 EU 지도부는 물론 독일 연방정부 장관들도 EU의 신속한 대응을 촉구하고 나섰다.

메르켈은 이에 영국에 대한 강경한 태도보다는 차분한 대응을 주문했다.

그는 브렉시트 결정이 난 24일 브렉시트 과정에 무기한이 돼서는 안 되지만 "특별히 서두를 이유가 없다.

즉각적인 이탈을 압박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발 빠른 대응을 촉구하는 EU 내부의 목소리와 별도로 브렉시트 이후 다른 나라의 'EU 탈퇴 도미노' 현상 가능성도 메르켈이 크게 신경 써야 할 요소다.

브렉시트 결정으로 유럽 각국의 포퓰리스트 정당들은 자국에서도 EU 탈퇴를 위한 투표를 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놓으며 발 빠르게 움직였다.

당장 프랑스, 네덜란드, 체코 등의 국가들에서 반(反) 이민 정서에 세력을 확대한 포퓰리스트 정당들이 '영국 다음' 차례를 노리고 있다.

EU의 중심국가 수장으로서 EU의 광범위한 개혁을 요구하는 목소리에도 메르켈은 적절히 대응해야 한다.

FT는 "포스트 브렉시트 시대의 EU 개혁안이 무한경쟁의 무질서로 가는 것을 피해 급진주의자들이 설정한 의제를 확장해 나가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현재 유럽은 난민 분산 수용을 둘러싸고 서유럽과 동유럽이 첨예한 갈등 양상을 빚어 EU 통합이 시험대에 올라있다.

쏟아지는 난민 수용을 놓고 회의적인 시각도 많아 이를 아우를 수 있는 해법이 필요한 상황이다.

최근 몇 년 사이 EU의 통합 정신에 상처가 나면서 '유럽의 여제' 메르켈도 바빠졌다.

유럽은 최근 수년간 재정 위기와 난민 문제 등으로 분열 양상을 보였는데 최근 브렉시트로 EU의 구심력은 더욱 흔들리고 있다.

지난해 그렉시트 위기와 2차 대전 이후 최악의 난민 유입사태에서 메르켈은 지도력을 발휘해 그런대로 잘 대응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는 강경책을 구사한 끝에 그리스에 3차 구제금융을 지원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고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분열 위기를 봉합했다.

유럽의 난민 위기에선 시리아 난민을 제한 없이 받아들이겠다는 관대한 정책 등을 펴 강력한 노벨평화상 후보로 떠오르기도 했다.

유럽의 난제들을 대체로 잘 해결했지만 이번 브렉시트 문제는 메르켈에 더 풀기 어려운 과제라는 분석도 있다.

FT는 한편에서 유로존 긴축과 그리스 구제 문제, 난민 위기에서 일방적인 결정 등을 이유로 메르켈을 공격하기도 하지만 "메르켈은 포퓰리스트들이 힘을 키울 수 있다는 점에서 현재의 위험들을 (이전 난제들보다) 더 큰 것으로 보고 있다"고 분석했다.

(서울연합뉴스) 김남권 기자 kong79@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