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년간 6조1천600억원 투입…첫 통과 선박은 중국계 컨테이너선
세계 선박 97% 통행 가능…세계 물류변화 판도 예고


대서양과 태평양을 잇는 지름길 파나마 새 운하가 9년간의 공사를 마치고 26일(현지시간) 개통했다.

파나마 정부는 이날 칠레, 대만 등 12개국 정상을 포함한 68개국 정부 대표, 초청 시민 2만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새 운하의 태평양 쪽 관문인 코콜리 갑문에서 개통식을 개최했다.

개통식은 이날 오전 대서양 쪽 관문인 아구아 클라라 갑문을 통과한 포스트 파나막스(Post-Panamax)급 선박이 오후에 태평양 쪽 관문인 코콜리 갑문을 지나가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개통식 당일 새 운하를 처음으로 지나간 선박은 지난 11일 그리스 동남부 항구 도시인 피레에프스 항구에서 출발한 중국계 코스코 쉬핑 파나마(Cosco Shipping Panama) 호로, 적재 규모가 9천472TEU(1TEU=20피트 컨테이너 1개)에 달한다.

올해 초 한국에서 건조된 이 선박은 지난 4월 파나마운하청(ACP)의 추첨을 거쳐 개통식 통과 선박으로 선정되자 선박명을 안드로니코스에서 변경했다.

상업운행은 개통식 다음 날인 27일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상업운행의 첫 주인공은 일본 NYK 해운의 액화석유가스(LPG) 운반 선박인 린덴 프라이드 호다.

파나마는 기존 운하를 넓히는 대신 그 옆에 새로운 운하를 건설하는 방식을 택해 2007년 9월 공사에 착수했다.

9년간 52억5천만 달러(약 6조1600억 원)를 투입해 새 운하를 완공했다.

현대삼호중공업은 총 공사비의 60%를 차지하는 갑문 공사를 맡은 스페인계 사시르(SACYR) 컨소시엄의 발주로 선박의 운하 통과 시 수위를 조절하는 역할을 하는 소형수문 158개와 유압장치 158세트를 제작해 설치했다.

칸막이벽 84개와 이물질막이 등을 포함해 총중량 2만t에 달하는 기자재도 시공했다.

2개의 갑문으로 이뤄진 기존 운하 옆에 들어선 제 3갑문 개통으로 파나마 운하는 1914년 물길을 튼 지 102년 만에 통항 규모가 2배 이상으로 늘어나 세계 해운물류 시장의 지각변동을 일으킬 것으로 전망된다.

기존 운하는 폭 32m, 길이 295m의 파나막스(Panamax)급 선박만 통행이 가능했지만 새 운하는 폭 49m, 길이 366m의 포스트 파나막스급 선박도 지나갈 수 있다.

파나막스급이 길이 6m(20피트)짜리 컨테이너를 최대 5천 개까지 적재한다면 포스트 파나막스급은 최대 1만3천500 개를 실을 수 있다.

새 운하는 전 세계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의 92%, 모든 선박 종류의 97%를 수용할 수 있게 된다.

파나마 정부는 신 운하 개통으로 파나마 운하의 세계 해상물류 시장 점유율이 현재의 5%에서 더 늘어나고 10년 이내에 통항 수입이 3배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파나마는 2014년 19억 달러의 통행료 수입을 거뒀다.

내년부터 2021년까지 새 운하를 포함한 파나마 운하의 정부 재정 기여액도 85억 달러(10조 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후안 카를로스 바렐라 파나마 대통령은 축사에서 "오늘은 파나마가 하나되는 날이자 파나마를 위한 위대한 날"이라며 "새 운하는 세계를 하나로 잇는 통로"라고 말했다.

(파나마시티연합뉴스) 국기헌 특파원 penpia21@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