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P 칼럼니스트 "트럼프는 미국의 트렉시트…'정체성' 문제가 중요"

브렉시트의 여파로 미국 내에서 '트렉시트'(Trexit)가 새로운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트렉시트는 브렉시트와 미국 공화당의 사실상 대선후보인 도널드 트럼프의 이름을 합친 신조어다.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와 같은 맥락으로 기성 체제와 질서에 반기를 드는 움직임이 강화되면서 올 대선에서 트럼프가 대선에서 승리할 가능성을 경계하는 뜻으로 쓰이고 있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의 칼럼니스트인 캐슬린 파커는 26일(현지시간)자 신문에 "많은 측면에서 트럼프는 미국의 '트렉시트'"라며 "이것은 트럼프 지지자들과 영국 국민들이 국가의 문제라고 여기는 기성 체제와 완고한 관료주의에서 탈출하려는 티켓"이라고 지적했다.

파커는 영국의 브렉시트 결정에 대해 "단순히 유럽연합과 세계화에서 벗어났다기보다는 집으로 돌아가려는 의미가 크다"며 "집은 우리의 정체성이고, 우리가 공유하는 가치이며, 우리가 지켜야할 전통이고, 우리 모두가 맹세한 하나의 국기"라고 설명하고 "이것이 사안의 본질"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브렉시트를 잘못 해석하는 사람들은 정체성 문제가 갖는 엄중함과 강도를 이해하지 못한다"며 "트럼프를 좋아하 건 아니건 그는 그것을 잡았고 껴안았고 이를 존중하겠다고 약속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어 "(미국 민주당의 사실상 대선후보인) 힐러리 클린턴이 미국의 캐머런(브렉시트로 사임한 영국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 지칭)이 되지 않으려면 정체성 문제에 주의를 기울이는 게 온당하다"고 촉구했다.

WP는 이날자 사설에서 "트럼프가 무역협정을 어리석다고 비난하고 동맹국들이 무임승차한다고 욕하는 것은 브렉시트 주창자들이 영국 국민들의 의구심을 자극한 것과 비슷한 울림"이라며 "브렉시트의 성공은 편협함에 호소하는 트럼프를 우려하는 이들에게 불안감을 주는 또 하나의 요인"이라고 밝혔다.

WP는 그러나 미국과 유럽, 트럼프와 브렉시트 주창자들 사이에 정확한 유사점은 없다"고 전제하면서 "미국인들은 스스로 결정을 내리고 역사를 써나갈 기회를 갖고 있다"고 '트렉시트'에 대한 경계감을 거듭 표시했다.

'트렉시트'라는 조어는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를 지명하는데 트럼프를 제외하자는 뜻으로도 사용되고 있어 눈길을 끈다.

대선 후보를 지명하는 공식 절차인 공화당 전당대회는 다음달 18일부터 21일까지 오하이오 주 클리블랜드에서 개최될 예정이며, 트럼프는 지난달 초 후보지명에 필요한 전체 대의원의 과반수인 '매직넘버'를 달성해 사실상 대선 후보가 된 상태이다.

그러나 콜로라도 주 공화당 대의원인 켄달 언루를 주축으로 한 수십 명의 공화당 대의원은 현행 경선 룰에 대선후보를 자유롭게 지명할 수 있는 '양심 조항'(Conscious Clause)을 신설해 트럼프의 후보지명을 막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어 주목된다.

미국 허핑턴포스트의 편집장인 앤디 맥도널드는 이날 "이제 우리 문지방에서 일어나는 출구 문제도 논의해야 한다"며 "그것은 트럼프를 영원히 미국에서 밀어내는 트렉시트"라고 주장했다.

(워싱턴연합뉴스) 노효동 특파원 rhd@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