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 무기수출할 수도"…남중국해·동중국해 '공조' 약해질까 촉각

일본 정부는 브렉시트(Brexit·영국의 EU 탈퇴)가 경제뿐만 아니라 자국 안보에도 악영향을 미칠까 경계하고 있다.

영국이 EU를 탈퇴하면서 중국과의 안보·경제 협력을 강화하거나 일본이 현안으로 간주하는 동중국해·남중국해 문제와 관련해 영국이 태도를 바꿀지도 모른다며 염려하는 것으로 보인다.

아사히(朝日)신문은 EU가 유럽공동체(EC) 시절인 1989년에 발생한 톈안먼(天安門) 사건을 계기로 중국에 대한 무기 수출을 금지하고 있지만 일본 정부 관계자로부터 "EU에서 이탈한 영국이 무기 수출을 해금할 가능성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고 25일 보도했다.

이는 영국을 포함한 주요 7개국(G7)이 중국의 해양 진출 정책을 견제하는 목소리를 함께 내기를 바라는 일본 입장에서 피하고 싶은 최악의 시나리오인 셈이다.

영국이 중국에 무기를 수출하지 않더라도 영국과 중국 간 경제적 협력이 돈독해져 영국이 중국에 대한 견제의 목소리를 내지 않거나 EU 탈퇴 등의 현안을 다루기에 벅찬 나머지 영국이나 EU가 남중국해나 동중국해 문제에 관심을 상실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도 일본 정부 내에서 나오고 있다.

요미우리(讀賣)신문은 이와 관련해 "앞으로 영국이나 EU가 내부 문제에 대응하는 데 에너지를 소비하게 돼 아시아·태평양 지역에 대한 관심이나 관여가 약해질 수 있다"는 일본 외무성 간부의 발언을 전했다.

이런 상황을 미리 견제하기라도 하듯 듯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외무상은 24일 "일본과 영국은 기본적 가치를 공유하고 정치, 경제, 안전보장 등 여러 분야에서 협력 관계가 있다"며 "계속 일본·영국의 관계를 유지·강화하도록 노력하겠다"고 성명을 냈다.

일본 정부는 이달 29∼30일 스기야마 신스케(杉山晋輔) 외무성 사무차관을 EU 본부가 있는 브뤼셀과 영국 런던에 파견하기로 하는 등 영국의 EU 탈퇴로 인한 파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일본은 작년에 영국과 외교·방위 각료(2+2) 회의를 열었다.

영국은 최근에는 일본 이세시마(伊勢志摩) 지역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 중국의 해양 진출 정책에 관한 우려를 함께 표명하는 등 일본과 안보 분야에서 호흡을 맞춰왔다.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가 사퇴하기로 함에 따라 차기 지도자의 성향에 따라 이런 기조가 주춤할 가능성도 있다.

(도쿄연합뉴스) 이세원 특파원 sewonle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