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렉시트(Brexit: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국민투표를 촉발했지만 자신은 영국이 유럽연합(EU)에 남아야 한다고 주장해온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가 오는 10월 사임하겠다고 24일 발표했다. 전날 치러진 국민투표 결과 브렉시트를 지지하는 국민이 잔류를 원하는 국민보다 많은 것으로 집계됐기 때문이다.

그는 이날 런던 총리 관저 앞에서 기자들에게 “EU와 새로운 관계를 정립하는 협상을 벌이기 위해선 강력한 리더십이 필요하다”며 “10월 열리는 보수당 전당대회에서 새로운 총리를 뽑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나는 다음 목적지를 향해 나라를 이끌 선장으로는 적절하지 않은 것 같다”고 했다.

캐머런 총리는 국민투표 전까지만 해도 총리직을 고수하겠다고 공언했다. 영국 국민이 EU 잔류를 선택할 것이란 낙관적인 전망이 깔려있었다. 투표 결과가 EU 탈퇴로 결론나면서 당내 안팎에서 입지가 좁아질 수밖에 없게 됐다. 알렉스 새먼드 전 스코틀랜드국민당(SNP) 대표는 투표 전날 BBC와의 인터뷰에서 “캐머런 총리가 국민투표에서 지면 어떻게 살아남을지 모르겠다”며 “레임덕이 시작될 것이고, 발이 없어 불안해진 오리 신세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캐머런 총리는 2010년 총선에서 보수당을 제1당 자리에 올려놓으며 총리로 선출됐다. 13년 만의 정권 교체였다. 당시 43세로 1812년 41세에 총리가 된 로버트 뱅크스 젠킨슨 이후 최연소다. 하지만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위기를 계기로 반(反)EU를 주창한 영국독립당(UKIP)이 급격히 세를 불렸고, 영국인 사이에서도 EU 회의론이 급부상하기 시작했다.

이에 캐머런은 국민의 지지를 모으기 위해 2013년 1월 “2017년까지 EU 탈퇴 여부를 묻는 국민투표를 하겠다”고 발표했다. EU와 회원국 지위 변화를 위한 협상을 추진하고 2015년 5월 총선에서 공약으로 삼겠다고 했다. 승부수를 띄운 것이다. 2015년 총선에서 보수당이 승리하면서 국민투표가 확정됐다.

이번 국민투표는 보수당의 ‘내전’이기도 했다. 캐머런 내각에서만 6명의 장관이 ‘반란’을 일으켜 탈퇴 진영에 섰다. 331명의 보수당 하원의원들이 엇비슷하게 잔류파와 탈퇴파로 갈라졌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