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본사, 디젤게이트 이후 첫 주총서 설명…국내에서는 '침묵'

폴크스바겐 그룹이 지난해 디젤게이트가 불거진 이후 처음으로 정기 주주총회를 하고 디젤 사태에 대한 회사의 대응 방안을 주주들에게 설명했다.

그러나 피해를 본 고객에 대한 배상 등 구체적인 조치를 밝히지 않았고 한국에 대해서는 아예 언급을 하지 않았다.

이런 가운데 폴크스바겐 그룹의 한국 판매법인인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는 한국에서 소비자 배상이나 정부를 만족하게 할만한 리콜 계획을 내놓고 있지 않아 고객들은 지난해 11월 디젤 사태가 불거진 뒤로 9개월간 기다리기만 하는 상황이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폴크스바겐은 22일(현지시간) 독일 본사가 위치한 한오버에서 제56회 정기 주주총회를 열었다.

마티아스 뮬러 폴크스바겐 그룹 회장이 직접 나와 인사말에서 "지금까지 독일 교통부로부터 파사트, 티구안, 골프, 아우디 A3, A4, Q5 등 370만대가 넘는 차량에 대한 리콜 계획을 승인받았다"며 독일에서 진행되는 리콜 상황을 소개했다.

뮬러 회장은 "리콜이 속도 있게 진행되면서 당장 다음 몇 주 동안 수천명의 차량 소유주에게 리콜 통지가 전달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뮬러 회장은 디젤 사태에 대해 사과하고서 "가장 중요한 것은 고객을 위한 최선의 해결 방안을 찾고 이런 일이 어떻게 발생할 수 있었는지 체계적으로 조사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내부 감사에서 드러난 문제점에 대해 31개 개선 방안을 도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뮬러 회장은 내부 감사와 관련 "일부 개인의 잘못과 더불어 과거 일부 기술 부서에서 절차상 부족한 점이 발견됐다"며 "예를 들어 엔진 관리 시스템의 시험과 출고 절차에서 문제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폴크스바겐은 그동안 자체적으로 하던 차량 배출가스 시험을 앞으로 외부의 독립적인 제3자의 평가에 맡기고 차량을 무작위로 추출해 실제 도로 주행 시험을 하기로 했다.

또 내부 감사 결과를 현재 폴크스바겐 그룹을 상대로 조사를 진행 중인 미국의 법률사무소 '존스 데이'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존스 데이의 조사에 대해서는 미국 정부와 논의 중인 피해보상 협상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내용을 공개하지 않았다.

폴크스바겐은 미국에서 차량 환불과 배상액 지급 등을 담은 피해보상 합의안에 대한 막판 협상을 진행하고 있으며 이 내용은 오는 28일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연방지방법원에서 공개될 예정이다.

폴크스바겐은 주주총회에서 독일에서 진행되는 리콜과 미국 정부와 논의 중인 합의안 외에 한국을 비롯한 다른 국가의 배상이나 리콜 계획은 언급하지 않았다.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는 지난 7일 환경부로부터 세 번째로 리콜 계획을 퇴짜 받은 이후 국내의 문제 차량을 어떻게 할지 추가 계획을 내놓지 않았고 검찰이 연비 조작 수사에 박차를 가한 이후로는 아예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이에 국내 소비자들은 폴크스바겐이 미국 고객과 같은 배상을 한국 고객에게도 해야 한다며 집단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 폭스바겐코리아는 미국과 한국은 관련 규제와 판매 차량이 달라서 단순 비교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예컨대 미국에서는 차량의 소프트웨어를 교체해도 환경 규제를 충족하지 못하거나 연비 등 성능에 차이가 생길 수 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차량 환불 등 배상 조치를 해야 하지만 국내에서 판매된 차량은 소프트웨어만 바꾸면 연비 등 성능에 전혀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오는 28일 공개될 미국 정부와의 합의안에 폴크스바겐이 배출가스 조작을 시인하는 문구가 포함됐는지도 관심사다.

환경부는 폴크스바겐이 국내 리콜 계획에 '임의 설정' 사실을 명시하지 않아 리콜 계획을 반려했기 때문이다.

미국 정부와의 합의 내용이 공개되면 국내에서도 비슷한 수준의 배상을 해달라는 국내 소비자 요구가 잇따를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연합뉴스) 김동현 기자 blueke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