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실 전기작가 주장…버킹엄궁 "여왕은 정치 초월했다" 성명

23일(현지시간)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찬반 국민투표가 임박한 가운데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이 브렉시트를 선호하는 듯한 말을 했다는 주장까지 나왔다.

22일 영국 언론에 따르면 왕실에 관한 전기를 다수 쓴 작가 로버트 레이시는 미국 인터넷 매체 데일리 비스트에 기고한 글에서 여왕이 최근 참석한 만찬에서 손님들을 향해 "영국이 유럽의 일부여야 할 타당한 이유 세 가지를 달라"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왕실 소식통들은 여왕이 했다고 전해진 이 언급은 의견이 아니라 질문이라고 말했지만, 이전에도 여왕이 EU 탈퇴를 지지한다는 주장이 나온 적이 있어 이런 추측에 더 무게가 실리고 있다고 일간 텔레그래프는 지적했다.

텔레그래프는 브렉시트에 대한 지지를 공개적으로 선언한 매체다.

앞서 영국 최대 판매 대중지인 더선이 올해 3월 1면에 "여왕, 브렉시트 지지하다"라는 헤드라인을 박아넣고 익명의 소식통들을 인용해 여왕이 EU에 비판적인 발언을 했다는 기사를 실은 바 있다.

더선 역시 브렉시트를 공개적으로 지지하고 있다.

당시 버킹엄궁은 즉각적으로 항의했으며 언론 감독기구인 독립언론윤리위원회(IPSO)는 지난달 이 보도가 독자들을 심각하게 오도해 관련 규정을 위반한 것이라고 경고했다.

영국에서 여왕을 비롯한 왕실 인사들은 정치적 중립을 지키는 것이 불문율이다.

왕실 가족들은 전통적으로 투표나 선거에도 나서지 않고 있다.

버킹엄궁은 이번 보도와 관련해서도 즉각적으로 여왕이 정치적으로 중립적 위치에 있음을 재차 확인하는 공식 성명을 냈다.

버킹엄궁은 이 성명에서 "여왕은 정치를 넘어서 있으며 정치적 문제에서는 자신의 정부 충고에 따라 움직인다"고 밝혔다.

앞서 여왕의 손자이자 찰스 왕세자의 차남인 해리 왕자가 최근 진행된 여왕의 공식 90번째 생일 기념 야외잔치에서 브렉시트와 관련한 대화에 낀 적은 있지만 의견을 개진하지는 않았다고 일간 인디펜던트는 보도했다.

마이크 킹(46)이라는 농부가 해리 왕자와 이야기를 나누게 되면서 자신이 농부이기에 습한 날씨에 익숙하다는 말을 꺼내자 해리 왕자가 "안 또는 밖(In or Out)?"이라고 물었다는 것이다.

해리 왕자는 단순히 날씨와 야외 활동에 대해 말한 것일 수도 있지만, 킹은 브렉시트 국민투표를 염두에 두고 "아직 결정하지 못했어요"라고 답했다.

그러자 해리 왕자는 "나는 말하지 못하게 돼 있어요"라고 말했다고 킹은 전했다.

(서울연합뉴스) 김지연 기자 cheror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