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장 "입막음 지시 있었다는 것은 통한의 극치"

일본 전력회사 도쿄전력은 2011년 동일본대지진(3월11일)으로 후쿠시마(福島) 제1원전 사고가 났을 때 노심용융(멜트다운) 사실을 은폐했음을 인정하고 사죄했다고 일본 언론이 22일 보도했다.

원전사고에서 가장 중대한 상황으로 분류되는 노심용융은 원자로 안에서 핵연료 노심이 과열돼 녹아내리는 현상을 말한다.

후쿠시마 제1원전 운영사인 도쿄전력의 히로세 나오미(廣瀨直己) 사장은 21일 기자회견을 열어 "입막음에 해당하는 듯한 지시(멜트다운을 거론하지 말라는 지시)가 있었다는 사실은 통한의 극치"라고 밝힌 뒤 "사회가 '은폐'라고 받아들이는 것이 당연하다"며 사죄했다.

사고가 난지 5년여만이었다.

도쿄전력 제3자 검증위원회가 지난 16일 공개한 노심용융 은폐 의혹 조사 보고서에 의하면, 대지진 사흘후인 2011년 3월 14일, 시미즈 마사타카(淸水正孝) 당시 도쿄전력 사장이 홍보 담당자를 통해, 기자회견 중이던 부사장에게 "총리 관저의 지시"라며 "이 단어(노심용융)는 절대 쓰지 말라"고 지시했다.

사고후 약 2개월간 도쿄전력은 노심 용융이 아닌 '손상'이라고 밝혔다.

사고의 심각성을 제대로 알리지 않고 국민을 호도한 책임에 대해 도쿄전력은 노심 용융 상태를 판단할 사내 기준이 없다고 해명했지만 그 역시 사실과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도쿄전력은 지난 2월 사내 원자력재해대책 매뉴얼에 노심 용융을 판단할 기준이 있음을 뒤늦게 시인했다.

(도쿄연합뉴스) 조준형 특파원 jhch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