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규제의 선봉' 워런에 대한 금융업계 거부감 재확인

미국 민주당의 사실상 대선후보 힐러리 클린턴이 '진보의 상징' 엘리자베스 워런(매사추세츠) 상원의원을 부통령 후보로 삼을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지만, 클린턴의 주요 지지기반인 금융업계의 워런에 대한 거부감이 재확인되면서 클린턴이 어떤 결정을 내릴지에 관심이 커지고 있다.

20일(현지시간) 미국 경제전문방송 CNBC는 금융업계의 민주당 고액기부자들과 워싱턴DC에서 활동하는 금융업계 로비스트들의 말을 인용해 "클린턴이 워런을 (부통령후보로) 선택한다면 클린턴은 월스트리트(금융업계)에서 모든 기반을 잃을 것"이라고 전했다.

CNBC의 질의에 응한 이들 소식통은 사실상 경선에서 패했지만, 마지막 경선 때까지 클린턴을 몰아붙인 버니 샌더스 때문에 클린턴이 어느 정도 좌파 쪽으로 정책을 바꾸는데에는 우려가 없다면서도, 클린턴이 "워런과 같이 (대선 가도를) 걸어가려 한다면 (클린턴을) 믿을 수 없게 될 것"이라고까지 주장했다.

현재 워런 의원은 클린턴 대신 전면에 나서 공화당의 사실상 대선후보 도널드 트럼프를 상대로 맹공을 가하며 '트럼프 저격수' 노릇을 하고 있지만, 대형 금융회사들에 대한 워런 의원의 공격 역시 트럼프에 대한 공세 못지 않게 치열하게 이뤄져 왔다.

지난해 제이미 다이먼 JP모건체이스 회장이 워런 의원에 대해 금융체계를 잘 이해하지 못한다고 대놓고 비판하자, 워런 의원이 곧바로 언론 인터뷰에서 "금융업계가 어떻게 돈을 버는지 알기 때문에 금융업계에서 나를 싫어한다"고 반박한 일이 대표적인 사례다.

미국에서 소비자금융보호국(CFPB) 설립을 이끈 워런 의원은 대표적인 금융규제법률인 '도드-프랭크' 법률의 강화를 주장하는 것은 물론 부실 금융기관의 최고경영자를 형사처벌해야 한다는 주장을 하며 금융업계와 대립각을 세워 왔다.

워런 의원은 여성이라는 점과 버니 샌더스의 지지층을 끌어안는 역할을 맡기에 최적이라는 점 등으로 인해 최근 클린턴의 부통령 후보로 자주 언급돼 왔다.

블룸버그통신이 최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클린턴의 부통령감으로 워런 의원을 꼽는 사람이 35%로 가장 많았고, 코리 부커 뉴저지 상원의원과 훌리안 카스트로 주택도시개발부 장관이 뒤를 이었다.

지난 10일에는 클린턴이 워런 의원과 비공개 면담을 했다.

CNBC는 지금까지 클린턴 전 장관이 조달한 선거자금 중 공식적으로만 약 2천800만 달러를 부담한 미국 금융업계에서 클린턴에 대한 지원을 중단한다면 경선 때보다 돈을 더 쓸 가능성이 큰 대선 선거운동 과정에서 클린턴이 고전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클린턴 측에서 금융업계의 요구를 쉽게 물리치지 못할 것이라고 풀이했다.

그러나 클린턴 선거운동본부 일각에서는 만약 클린턴이 성공적으로 샌더스 지지층을 자신의 편으로 삼고 샌더스처럼 다수로부터 소액 선거자금 기부를 받는 데 성공한다면 금융업계의 '엄포'에 굴복할 필요가 없을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고 CNBC는 덧붙였다.

(워싱턴연합뉴스) 김세진 특파원 smil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