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율 하락·'反트럼프 전선' 꿈틀 속 '오른팔' 루언다우스키 잘라내
'여기자 폭행'·선거통 매나포트 영입 이후 입지 축소 끝 '아웃'


위기에 빠진 미국 공화당의 사실상 대선후보 도널드 트럼프가 20일(현지시간) '오른팔' 최측근 인사를 잘라내는 승부수를 던졌다.

'그림자 수행', '심복', '왕당파'라는 닉네임과 함께 캠프내 최고 실세로 불려왔지만, 트럼프의 인종·성차별적 발언의 배후로 의심받던 강경파 선거대책본부장인 코리 루언다우스키를 전격 경질한 것.

호프 힉스 대변인은 성명에서 "공화당 경선에서 거의 1천400만 표를 받은 역사적 기록을 세운 트럼프 대선 캠프는 오늘 루언다우스키가 더이상 캠프에서 일하지 않을 것임을 발표한다"고 밝혔다.

또 "캠프는 코리의 노력과 헌신에 감사하며 향후 그의 성공을 기원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뉴욕타임스의 첫 보도로 알려진 루언다우스키의 경질은 그야말로 전격적이었다.

루언다우스키가 외부에서 영입된 선대위원장인 '선거통' 폴 매나포트와 갈등을 빚고 있다는 소문은 일찍이 파다했지만, 트럼프가 심복인 그를 찍어낼 것이라는 관측은 적었다.

트럼프가 이처럼 초강수를 둔 것은 최근의 위기상황을 정면돌파하기 위한 고육책으로 풀이된다.

경선 레이스에서 16명을 무찌르며 승승장구했지만, 막상 사실상의 대선후보로 자리매김한 뒤 지지율이 하락하는 등 내리막을 걷더니 최근 대선출마 선언 이후 안팎의 최대 위기상황에 직면했기 때문이다.

실제 로이터-입소스 여론조사(6∼10일·1천276명)에서는 클린턴 전 장관이 46%, 트럼프가 35%를 각각 기록해 지지율 격차가 무려 11%포인트에 달했다.

또 당 대선후보를 결정짓는 절차인 전당대회를 불과 한달 앞두고 "트럼프만 아니면 누구도 괜찮다"는 '반(反) 트럼프 전선'이 또다시 꿈틀거리면서 트럼프는 상당한 위기감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

특히 지난 12일 올랜도 주 총기테러 사건 이후 '무슬림 입국금지'를 다시 꺼내들었다가 당 1인자인 폴 라이언(위스콘신) 하원의장에게 정면 비판을 받고 고립무원의 처지에 빠졌다.

CNN은 "루언다우스키의 갑작스러운 퇴출은 트럼프와 그의 이너서클이 대선 본선을 앞두고 크게 변화하겠다는 예고"라고 지적했다.

이 방송은 "트럼프는 지난달 사실상의 대선후보가 된 이래 중대한 후퇴에 직면해 있다"며 "당 지도부와 주요 후원자, 공화당 평당원 등으로부터 올랜도 총격사건을 포함해 모든 이슈에 대해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았다"고 덧붙였다.

폴리티코도 "루언다우스키의 경질은 트럼프의 일련의 여론조사 지지율이 클린턴 전 장관에 크게 뒤진 상황에서 나왔다"며 "이러한 변화는 반 트럼프 세력들이 전대에서 트럼프가 후보가 되는 것을 저지하려 한다는 새로운 보도 이후 나온 것이기도 하다"고 지적했다.

뉴햄프셔 주 출신의 루언다우스키는 원래 해양경비대에서 일하다 2002년 밥 스미스 뉴햄프셔 주 상원의원 재선거 캠프에 투신하며 정치권에 입문했다.

이어 그는 보수정치단체로 코흐 형제가 배후 지원한 공화당 성향의 슈퍼팩 '번영을 향한 미국인'(American for Prosperity)의 국장을 지냈다.

당시 그는 반주류 성향 탓에 공화당 인사들의 반감을 산 것으로 알려졌다.

경선 내내 트럼프를 '그림자 수행'했던 그는 여기자를 폭행한 혐의로 지난 4월 기소되고 소통을 방해하는 '문고리 권력'으로 인식되면서 트럼프 캠프의 '골칫덩어리'로 전락하기 시작했다.

특히 트럼프가 전대를 비롯한 본선 무대를 염두에 두고 제럴드 포드와 로널드 레이건, 조지 H.W. 부시(아버지 부시), 조지 W. 부시(아들 부시) 전 대통령의 대선 캠프에서 활약한 매나포트를 비슷한 시기에 영입하면서 그의 입지가 좁아졌다는 소문이 나돌았다.

(워싱턴연합뉴스) 신지홍 특파원 shi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