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브렉시트 국민투표 D-3] 이 와중에…브렉시트 새 변수 된 '터키의 EU 가입'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 찬성 진영은 이민자에 대한 불안감을 강조하고 있다. 특히 이슬람국가인 터키가 EU에 가입하는 순간 영국은 수백만명의 터키계 이민자로 가득 찰 것이라고 주장한다.

EU 가입은 1차 세계대전 이후 더 이상 중동의 일원이 아니라 서구의 일원으로 재정립하기 위해 노력해 온 터키의 숙원이다. ‘최고협상책임자’를 맡은 EU 담당 장관도 따로 있다. 터키는 1949년 초기 유럽의회의 회원국이 되기도 했지만 유럽경제공동체(EEC)와 그 후신인 EU 체제에서는 번번이 정식 가입을 거절당했다. 공식적인 거절 이유는 키프로스공화국 분쟁 등 여러 가지다.

그러나 근본적인 이유는 한 가지다. ‘달라도 너무 다르다’는 것이다. 헤르만 반롬푀이 전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2004년 “터키는 절대로 유럽의 일원이 될 수 없다”며 “터키가 가입하면 유럽의 기독교적인 근본 가치가 약화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많은 유럽인이 동조하는 발언이다. 특히 EU 핵심 국가인 독일·프랑스·영국에서 이런 분위기가 강하다.

지지부진하던 터키의 EU 가입 문제가 올 들어 급물살을 타고 있다. 시리아 사태가 악화하면서 지난해 그리스와 이탈리아를 통해 난민이 유럽에 쏟아져 들어오자, EU는 터키와 난민수용 협약을 체결했다. 일단 그리스를 막고, 터키를 난민 대기소로 만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60억유로(약 8조원)를 지원하고, EU의 신속한 가입을 추진하겠다고 약속했다.

이 대목이 브렉시트 찬성론자들의 주요 공격 포인트다. 2004년 동유럽이 대거 EU에 가입한 뒤 영국에 동유럽계 이민자가 크게 늘었듯, 터키계 이민자가 급증할 날이 코앞에 닥쳤으니 빨리 EU에서 빠져나와야 한다는 것이다. 이들이 제작한 팸플릿에는 터키가 시리아·이라크와 이웃한 나라임이 선명하게 부각돼 있다. 터키를 가입시키는 것은 곧 ‘EU의 경계’를 중동지역으로 확대하는 일임을 강조하기 위해서다. 터키 가입이 EU 내 여러 불만을 자극하고, 분열의 도화선이 될 수 있는 이유다.

지난 수년간 협상이 상당히 진척되긴 했지만 브렉시트 찬성론자의 주장만큼 터키가 빠르게 가입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독재자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의 공포 정치가 강해지면서 EU 내에서 터키 가입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커졌기 때문이다. 난민송환 협정을 위해 EU는 터키 측에 7월1일부터 조건부로 여행객 비자를 면제해주겠다고 했는데 지금으로선 제때 지켜질 가능성이 거의 없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