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반이유 각양각색…"EU가 너무 많은 것 통제" vs "EU서 나가봐야 의미 없어"
런던 시내 집·사무실 곳곳에 잔류·탈퇴 지지 플래카드 내걸려

런던 의사당(웨스트민스터)앞 의회광장 한 쪽에 놓인 사진 한 장.
오는 24일(현지시간) 브렉시트(Brexit·영국의 유럽연합 이탈) 국민투표 개표 결과를 타전하는 영국 언론들은 사진 속 인물을 빠뜨리지 않을 것이다.

노동당 조 콕스 의원의 미소를 머금은 이 사진은 투표를 엿새 앞둔 지난 17일 자 영국 신문들을 지배했다.

유럽연합(EU) 잔류를 지지해온 콕스 의원의 피살은 종점을 향해 최고조로 치닫던 찬반 유세를 일순간 멈춰 세웠다.

이곳 의회광장 앞과 피살 현장인 중부 도시 웨스트요크셔의 버스톨에 마련된 추모 장소들에서 피어오를 '동정 여론'에 모든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현장에서 만난 에드워드(32)는 "찬성하는 사람이나 반대하는 사람이나 이미 결심한 사람들은 변할 것 같지 않다.

아직 마음을 정하지 않는 사람들이 어떤 생각을 할지? 전혀 모르겠다"고 했다.

18일 여론조사업체 오피니엄이 일간 옵서버의 의뢰로 2천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조사에 따르면 10%가 아직 마음을 정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이 조사는 지난 14일부터 콕스 의원 피살 소식이 전해진 이후인 17일까지 진행됐다.

소식이 전해지기 이전에 조사가 80% 진행됐다.

결과는 찬성 44%, 반대 44%.
10명 중 9명은 찬반 마음을 이미 정한 것이다.

그렇게 결정한 이유을 들어보면 답변이 각양각색이다.

자산운용사에 다니는 미스라(남·51)씨는 "영국 입장에서 EU 분담금이든 이민자 문제든 실익이 없다"면서 잔류에 한 표를 던지기로 마음먹었다.

그는 "EU와 새로운 협상을 맺는 과정에서 손실을 감수해야 하고, 금융은 EU 규제를 따르지 않고는 EU 내 영업이 어려운 탓에 나가봐야 의미 없을 것"이라고 했다.

외환 딜러인 해리 킴(46)씨는 물가가 너무 비싸서 EU에서 떠난다면 파운드화가 떨어질 것이라는 기대에 브렉시트를 찬성하고 있다.

하지만 65세의 한 은행원은 "국민투표 자체에 반대한다.

찬반 양측에서 사실과 통계를 과장하는 상황에서 정확한 팩트를 알기 어려워 매우 혼란스럽다"고 했다.

반대 측에서 EU를 떠나면 직격탄을 받을 것으로 지목하는 금융업에 종사하는 이들 사이에서도 EU를 바라보는 시각이 다양해 보인다.

봅 크롬웰(62·강사)씨는 "EU가 너무 많은 것을 통제하는데 영국은 EU 법규를 거부할 수 없다"면서 탈퇴에 투표하기로 했다.

이름을 밝히기를 거부한 39세 여성 영화제작자는 찬반 양쪽 모두 마음에 들지 않는다.

그녀는 "국제무대에서 영국의 국익을 위해 행동하는 것이 브뤼셀 때문에 제약된다는 건 전혀 설득력이 없다"며 찬성 캠프 주장을 거부하면서도 "EU 잔류는 내키지 않는 타협 상태를 지속시킬 텐데 이는 나라 전체의 갈등을 더욱 키울 것"이라고 걱정한다.

자선단체에서 활동하는 레베카 크랙(36)씨는 "EU가 지난 70년간 유럽에 평화와 안전을 줬다.

그냥 얻어진 게 아니다.

또 내 아이들이 EU를 자유롭게 여행하고 물건들을 사는 혜택을 누리기를 바란다"고 했다.

30대 중반의 켄씨는 처음엔 브렉시트에 찬성했다가 경제적으로 더 어려워질 것 같아서 반대쪽으로 돌아선 케이스다.

회사원 샐리 씨는 최근 직장 상사의 주문으로 브렉시트와 관련한 시민들의 의견들을 취합하면서 "찬성하고 반대하는 이유가 정말 많고 사람마다 달랐다"고 말했다.

1975년 유럽경제공동체(EEC·EU 전신) 가입 찬반 국민투표 이후 41년 만에 열리는 이번 국민투표를 맞아 EU에 관해 품고 있던 영국민들의 온갖 생각들이 쏟아져 나온 듯싶다.

격해지는 여론전 속에서 다른 이들에게 지지를 호소하는 일반인들도 적지 않아 보인다.

런던 시내에서 자신의 집 또는 사무실에 '잔류'와 '탈퇴'를 호소하는 플래카드를 내건 곳을 적지 않게 볼 수 있다.

중단됐던 찬반 유세는 19일 재개된다.

찬반 캠프 양측은 '덜 공격적이고 분열적인' 유세를 약속했다.

그러나 칼럼니스트 소피 리지는 "결과에 상관없이 24일 우리는 투표로 더욱 깎긴 분열된 나라가 될 것"이라며 "우리는 여전히 '유나이티드 킹덤(United Kingdum)일까"라며 의문을 던졌다.

(런던연합뉴스) 황정우 특파원 jungwo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