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회피에 금값 1천400달러로 뛰고 주요국 국채가격 급등 전망
전 세계 외환시장 변동성 확대 불가피…글로벌 증시 충격 클 듯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를 결정지을 국민투표가 나흘 앞으로 다가왔다.

그간 브렉시트 가능성이 커질 때마다 글로벌 투자자의 위험회피 성향은 뚜렷해졌다.

주식을 털고 안전자산인 금과 채권을 사면서, 증시는 약세를 면치 못하고 금과 채권의 가격은 급등한 것이다.

이에 비춰 만약 브렉시트가 가결된다면 세계 금융시장 혼란은 불가피해 보인다.

전문가들은 금값이 최대 10%까지 올라 온스당 1천400달러 선을 돌파할 것이며 주요국 국채가격 역시 급등(국채금리 급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외환시장도 요동치면서 영국 파운드화 환율은 파운드당 1.35달러까지 내려 30년래 최저 가치를 기록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 "금이 제일 안전해" 금값 1천400달러 돌파할 듯
브렉시트가 실현되면 우선 금 가격이 폭등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금이 대표적인 안전자산으로 꼽히기 때문이다.

브렉시트 불안감이 시장에 퍼지기 시작한 이달 초부터 보름 만에 금값은 7% 이상 올랐다.

이달 1일(이하 한국시간) 온스당 1천216.28달러였던 금값은 지난 16일 1천303.35달러로 7.16% 올랐다.

연초와 비교하면 금값은 무려 22.66% 뛰었다.

16일 오후 11시 10분에는 온스당 1천315.71달러까지 치솟아 장중 기준으로 2014년 7월 이래 약 2년 만에 최고가를 보였다.

투표에서 유럽연합 탈퇴가 결정되면 금값의 추가 오름폭이 최대 8%에 달하면서 1천400달러를 기록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내다봤다.

금값 강세에는 브렉시트 외에도 미국이 기준금리 인상 시기를 늦추면서 달러가 약세를 보이는 영향도 작용하고 있다.

ETF 증권의 리서치·투자 부문장인 제임스 버터필은 "브렉시트는 금값을 크게 끌어올릴 것"이라며 "이 같은 시나리오에서 금값이 1천400달러를 찍을 수 있으리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올해에만 금 시장에 26억 달러가 몰렸다며, 여러 요인이 있지만 브렉시트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 미국의 기준금리 동결 등이 금값을 떠받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HSBC도 "EU를 떠나겠다는 투표 결과가 나오면 금값은 최대 10% 오를 수 있고 온스당 1천400달러에 거래될 것"이라며 "불확실성의 시대에서 금은 종종 안전자산으로 인식돼왔다"고 덧붙였다.

◇ 사상 최고가 갈아치운 국채 어디까지 오를까
또다른 안전자산인 주요국 국채가격도 연일 최고가격(국채금리 최저)을 경신하고 있다.

일본 10년 만기 국채금리는 16일 마이너스(-) 0.215%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날 일본 5년물, 20년물, 30년물 국채금리가 줄줄이 역대 최저로 떨어졌다.

독일도 지난 14일 처음으로 금리가 마이너스 영역으로 떨어진 데 이어 16일 밤에는 -0.0395%까지 내려 바닥을 쳤다.

미국의 10년 만기 국채금리도 16일 1.5159%로 떨어져 2012년 8월 이후 약 4년 만에 가장 낮았다.

미국 10년물 국채금리가 연초까지만 하더라도 2.27% 부근에서 움직였던 점을 고려하면 현재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실감할 수 있다.

16일 브렉시트 당사국인 영국의 10년 만기 국채금리도 1.0669%로 내렸다.

국채금리가 하락한다는 것은 국채가격이 오른다는 의미다.

EU 역사상 최초의 회원국 탈퇴가 현실이 된다면 글로벌 자금은 국채에 더 몰릴 가능성이 크다.

특히 사상 처음으로 마이너스로 진입한 독일의 10년물 국채금리가 추가로 떨어질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덴마크 단스케방크의 아르네 로만 라스무센 수석 애널리스트는 "브렉시트 시 각국 국채금리 하방 압력이 불붙을 것"이라며 "일본은행은 엔화 절상에 대응하려고 하고 유럽중앙은행(ECB)도 유로존 경제 영향을 고려해 (채권 매입 등) 정책 대응을 내놓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라스무센은 이어 "브렉시트 시나리오에서는 독일 10년 만기 국채금리가 -20bp(1bp=0.01%) 또는 그 이하로 떨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브렉시트 충격을 직접 받는 영국 국채는 금리 변동 폭이 상대적으로 적을 것으로 보인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브렉시트가 일어나더라도 투자자들이 영국의 국가신용등급 하락 가능성과 추가적인 금융 완화책을 예상하면서 영국 국채에 몰리지 않아 금리에는 큰 충격이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 외환시장 소용돌이…英 파운드화 가치 30년 만에 최저로
브렉시트 가결 시 가장 먼저 충격을 받는 것은 파운드화다.

파운드화 대비 달러 환율은 이미 17일 장중 파운드당 1.4013달러까지 내렸다.

이는 4월 7일 이후 최저치다.

브렉시트가 현실이 되면 파운드화 가격이 두 자릿수의 폭락세를 보이면서 약 30년 만에 최저치를 찍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영국 재무부는 지난달 외부기관의 전망치를 인용해 브렉시트 시 파운드화 가치가 10∼12% 하락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골드만삭스는 브렉시트 결정 후 6개월 동안 파운드화 가치가 11% 떨어지리라 전망했다.

영국 중앙은행인 영란은행(BOE)도 브렉시트 시 파운드화 가치가 가파르게 떨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블룸버그가 이코노미스트에 설문한 결과 응답자들은 23일 국민투표에서 브렉시트가 부결하면 파운드화 가치는 파운드당 1.50달러로 올해 최고치를 찍을 것이며, 반대로 가결될 경우 파운드당 1.35달러로 추락해 30년 만에 최저로 떨어질 것이라고 답했다.

파운드화 환율이 파운드당 1.35달러를 보인 것은 1985년이 마지막이다.

유로화의 움직임도 불안하다.

브렉시트가 가결되고 올해 하반기에 연준이 금리를 인상할 경우 '패리티'(1유로=1달러) 가능성도 커진다.

블룸버그 집계에 따르면 글로벌 은행(IB) 78곳의 올해 3분기 유로화 환율 전망 중간값은 1.12달러, 4분기에는 1.10달러였다.

파운드화와 유로화가 약세를 보이면 상대적으로 달러 가치가 오르면서 신흥국 외환시장이 요동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 英 증시 FTSE 100지수 5,500선…유럽은 물론 미국·한국에도 영향
증권시장에서도 브렉시트를 앞두고 이미 많은 자금이 이탈 움직임을 보였다.

최근 영국 증시에서는 나흘 만에 980억 파운드(163조원)가 빠져나갔고 FTSE 100 지수도 6,000선을 오가고 있다.

여기에 EU 탈퇴가 결정되면 영국 증시는 추가 하락이 불가피하다.

시장 애널리스트 크리스 뷰챔은 "브렉시트가 부결되면 FTSE 100 지수가 7,000선을 웃돌 수도 있지만 가결될 경우 단기적으로는 5,500선 아래로 내려갈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FTSE 100 지수는 17일 6,021.09에 마감했다.

주가 하락은 영국만의 일이 아니다.

영국과 연관이 깊은 독일 프랑크푸르트와 프랑스 파리 증시도 줄줄이 충격에 노출될 것이라고 골드만삭스는 경고했다.

독일과 프랑스의 벤치마크 지수인 DAX와 CAC 40지수가 각각 영국 FTSE 100지수에 가지는 익스포저(위험노출)는 9%, 4%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EU 지수도 브렉시트 후 반년 동안 15% 하락할 것이라고 외신들은 지적했다.

미국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2,000선이 붕괴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웰스파고 인베스트먼트의 폴 크리스토퍼는 "부정적인 투표 결과가 나온다면 S&P 500 지수 2,000선 또는 그 아래가 지지선이 될지 시험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영국계 자금 비중을 고려할 때 한국의 코스피도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

한국 증시에서 영국계 자금은 36조5천억원 상당으로 전체 외국인 투자자금의 8.4% 수준이다.

HMC투자증권은 코스피가 단기적으로 1,850선 전후까지 떨어진 뒤 회복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서울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heev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