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간 EU와 탈퇴 협상…노르웨이·스위스·캐나다 모델 거론
스코틀랜드 독립 재추진 시동…'리틀 잉글랜드'로 향할 위기
캐머런 총리, 승리한 여당 탈퇴파 압력에 중도 퇴임 가능성

오는 23일 브렉시트(Brexit·영국의 유럽연합 이탈) 국민투표 결과 찬성으로 나오면 영국은 EU 탈퇴 절차를 거치게 된다.

EU 리스본 조약 50조에 따라 EU 탈퇴를 원하는 회원국은 나머지 27개 회원국과 2년에 걸쳐 EU가 영국 제품에 적용하는 관세, 이동의 자유 제한 등을 놓고 새로운 협정을 협상해야 한다.

협상 기간은 다른 회원국들의 동의 아래 연장될 수 있다.

2년 내 협상에 실패하면 영국은 EU에서 자동 이탈하게 된다.

영국이 EU와 맺을 새로운 무역협정과 관련해선 노르웨이, 스위스, 캐나다 모델 등이 거론된다.

노르웨이는 스위스 등과 함께 유럽자유무역연합(EFTA) 회원국이다.

EFTA가 EU와 유럽경제지역(EEA)을 맺음으로써 EU 시장에 접근할 수 있다.

이에 비해 스위스는 EEA에 가입하지 않고 스위스-EU 양자협정을 통해 EU 시장에 접근한다.

그러나 노르웨이나 스위스 모두 자유로운 이동의 자유를 사실상 보장하는 게 향후 협상의 최대 쟁점이 될 수 있다.

이에 브렉시트 찬성 측 대표 인사인 보리스 존슨 전 런던시장은 캐나다 모델을 언급한 바 있다.

EU와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으면서도 국경 통제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나아갈 방향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EU 탈퇴 협상은 난항이 예상된다.

도널드 투스크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2년 안에 협상을 마쳐도 비준에 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성공 여부를 장담하지 못한 채 27개 EU 회원국과 EU 의회가 모든 결과를 승인하는 데 최소 5년이 걸린다"고 강조했다.

새로운 무역협정이 가져올 경제적 효과를 둘러싸고 찬반 진영의 주장은 완전히 상반된다.

반대 측은 어떤 협정이 되더라도 2년 내 일자리가 50만개 사라지고 국내총생산(GDP)이 3.6% 위축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찬성 측은 '겁박'이라고 일축하며 EU 회원국들과 새 무역협정을 맺는 데 문제가 없을 뿐만 아니라 중국 등 다른 신흥경제권과 지금보다 더 나은 협정을 체결할 수 있다고 반박한다.

여기에 EU 분담금을 과학기술 등 새로운 경제성장 동력에 투입할 수도 있다고 강조한다.

◇스코틀랜드 독립 재추진 시동…'쪼개진 영국' 행(行)
브렉시트 찬성 결과로 나오면 영국 내에서 분리 움직임이 촉발할 것으로 예상된다.

스코틀랜드와 북아일랜드 등이 영국연방에서 떨어져 나가려는 채비를 서두를 것이라는 전망이다.

스코틀랜드는 이미 독립 열망을 표출한 바 있다.

2014년 9월 열린 독립 찬반 주민투표가 부결(반대 55%, 찬성 45%)됐지만 독립을 향한 집념을 접지 않았다.

자치정부를 이끄는 스코틀랜드국민당(SNP)은 '조건부' 독립 재투표 시행을 천명해놨다.

스코틀랜드에서는 EU 잔류가 우위로 나왔음에도 전체 투표 결과는 EU 탈퇴로 나오는 조건이 충족되면 독립 재투표를 벌이겠다는 것이다.

여론조사 결과들에 따르면 스코틀랜드 주민들 사이에선 EU 잔류 여론이 안정적인 우위를 보이고 있다.

EU 잔류 지지가 높다는 건 역설적으로 'EU를 떠난 영국'에선 독립 반대론이 약해질 수 있음을 시사한다.

북아일랜드 자치정부의 마틴 맥기니스 부수반도 지난 3월 EU 탈퇴 시 북아일랜드의 아일랜드 통합을 묻는 주민투표가 불가피하다고 말한 바 있다
이에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 등 전·현직 총리들은 '리틀 잉글랜드'(Little Englnd) 우려를 강조하면서 EU 잔류를 호소하고 있다.

◇ 캐머런 총리, 중도 퇴임 위기
브렉시트 찬성투표 결과는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의 중도 퇴임 위기로 이어질 것이라는 게 현지 언론들의 일반적인 전망이다.

찬반 운동은 캐머런 총리가 이끄는 집권 보수당 의원들이 양편으로 갈려 치르는 '내전' 양상을 띠고 있다.

야당인 노동당과 SNP는 EU 잔류 진영에 서 있다.

선봉에는 캐머런 총리와 보리스 존슨 전 런던시장이 서 있다.

투표 결과 찬성으로 나오면 존슨 전 시장은 유력한 차기 보수당 대표로 올라설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투표 운동 기간 캐머런 총리에 대한 신뢰도는 추락했다.

총리의 호소가 유권자들을 설득하는 데 실패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각종 여론조사들이 공개됐다.

국정 운영을 책임진 총리의 리더십이 이미 적지않은 타격을 입었다는 뜻이다.

보수당 탈퇴파가 승리하면 투표 운동 기간 쌓일 대로 쌓인 캐머런 총리에 대한 분노와 불만을 표출하는 물리력 행사, 즉 총리에게 사퇴 압력을 가할 가능성이 크다고 언론들은 관측한다.

캐머런 총리가 투표 결과와 상관없이 총리직을 유지하겠다고 했지만 승리한 탈퇴파의 기세를 누그러뜨리는 건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일간 인디펜던트는 "퇴진 날짜를 내놓지 않으면 총리 불신임안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보수당 내 일부 의원들이 익명으로 요구하고 있다"고 전했다.

만일 브렉시트 반대 결과로 귀결되더라도 캐머런 총리는 또 다른 거대한 도전 에 직면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EU 잔류를 지지하는 노동당 조 콕스 의원의 피살 사건으로 대변되는 극심한 국론 분열을 봉합하고 증오와 갈등을 치유하는 과제다.

(런던연합뉴스) 황정우 특파원 jungwo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