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전략균형 유지 중요"…루마니아·폴란드 등 미 MD 겨냥

러시아가 미국의 유럽 미사일방어(MD) 시스템 구축에 대응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7일(현지시간) 거듭 경고했다.

리아노보스티 통신 등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이날 러시아 제2도시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린 연례 국제경제포럼에서 "우리는 (유럽 MD에) 대응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것이 방어 조치임에도 또다시 러시아의 공세에 대한 비난이 나올 것이 뻔하지만 안보를 확고히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에겐 러시아의 안전을 지키는 것뿐 아니라 국제 전략균형을 유지하는 것이 아주 중요하다"면서 "전략적 균형만이 지구상의 확실한 평화를 보장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달 중순 군 고위관계자들과의 회의에서도 미국의 루마니아 내 MD 기지가 본격 가동에 들어간 것과 관련해 "세계 안보 시스템을 흔드는 또 다른 행보이며 새로운 군비 경쟁의 시작"이라고 비난한 바 있다.

그는 "이것(미국의 유럽 MD)은 방어 시스템이 아니라 전략적 핵전력의 일부"라면서 서방이 주장해온 이란의 핵 위협이 없어졌는데도 미국은 유럽 MD 구축을 계속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미국은 지난달 중순 유럽 MD 계획의 하나로 구축해온 루마니아 내 요격 미사일 기지가 본격 가동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옛 소련 시절 건설된 루마니아 데베셀루 기지에 미국의 유럽 MD 체계에 포함되는 SM-3 요격미사일과 이지스 레이더 시스템 등이 배치된 것으로 알려졌다.

폴란드에도 2018년 전력화를 목표로 또 다른 MD 기지가 건설되고 있다.

미국은 루마니아와 폴란드 MD 기지 외에도 스페인에 배치된 미군 구축함의 요격미사일, 덴마크와 네덜란드 함정에 설치될 레이더 시스템, 터키에 설치될 조기경보시스템, 독일의 지휘통제센터 등을 통합된 유럽 MD 시스템으로 운용할 계획이다.

미국은 그동안 이란 등 '불량국가'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비한다는 명분으로 유럽 MD 시스템 구축을 계속해 왔다.

러시아는 그러나 미국의 유럽 MD가 자국을 겨냥한 것으로 자국 핵전력의 상대적 약화를 초래한다며 강하게 반발해 왔다.

유럽 MD 문제는 2014년 우크라이나 사태가 터지기 전까지 미국과 러시아 관계를 악화시킨 최대 이슈였다.

러시아는 미군이 한국에 배치하려는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도 유럽 MD 시스템과 연계되는 미국 글로벌 MD 시스템의 일부라고 주장하며 강한 반대 입장을 밝히고 있다.

(모스크바연합뉴스) 유철종 특파원 cjyou@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