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적 '매파'에서 '비둘기파'로 급선회…연준에 장기 경제전망 제시 않아

미국의 12개 지역 연방준비은행장 중 대표적인 '매파', 즉 경기과열을 막기 위해 미리 기준금리를 올려야 한다고 주장해 왔던 제임스 불라드 세인트루이스 연방은행장이 경기 회복을 위해 최대한 금리인상을 늦춰야 한다는 '비둘기파'로 급선회했다.

불라드 은행장은 17일(현지시간)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이 발표한 보고서를 통해 2018년 말까지의 적정 기준금리를 0.63%로 제시했다.

지난 15일 동결된 미국의 기준금리가 0.25∼0.5%임을 고려하면 이는 앞으로 약 2년6개월 동안 기준금리를 한 번만 올려야 한다는 주장으로 간주된다.

올해 들어 불라드 은행장은 지난달까지 언론 인터뷰나 강연을 통해 조기 금리인상 필요성을 꾸준히 주장해 왔다.

그는 지난 3월 블룸버그 인터뷰에서 "고용지표 개선이 이어진다면 4월에 기준금리 인상을 하는 게 정당하다는 근거가 될 것"이라는 의견을 보인 데 이어 지난 5월에는 중국 베이징에서 "너무 오래 (기준)금리를 너무 낮게 유지함으로써 장래에 있을 금융시장 불안을 키울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발언들 때문에 금융시장에서는 지난 3월과 4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금리인상을 주장한 에스더 조지 캔자스시티 연방은행장과 더불어 불라드 은행장을 대표적인 '매파'로 분류해 왔다.

FOMC는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의 통화정책회의다.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의 보고서가 발표되면서 지난 15일 연준이 기준금리 결정과 함께 발표한 경제전망에서 2018년 이후의 장기 경제전망을 제시하지 않은 FOMC 참석자는 불라드 은행장이었음이 확인됐다.

불라드 은행장은 이날 보고서에서 "중기 또는 장기적인 (경제)활동의 불확실성" 때문에 이런 입장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FOMC 참석자들이 각자 제시하는 앞으로의 적정 기준금리 수준을 모아 보여주는 '점도표'에서 내년과 2018년의 기준금리 수준을 0.5∼0.75%로 계속 고수한 사람이 불라드 은행장이었음도 이 보고서를 통해 나타났다.

이 보고서에서 불라드 은행장은 2018년까지 미국의 실업률이 4.7%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하고 이 기간에 경기후퇴(리세션)는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그는 이 기간 경제성장률로 2%를 제시했고, 조정평균 개인소비지출(PCE) 전년 같은 달보다 기준 물가상승률 예상치 역시 2% 이상 오르기 어려울 것으로 예측했다.

(워싱턴연합뉴스) 김세진 특파원 smil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