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안 현상유지론' 삽입 주장…실현 가능성은 낮아

대만독립 노선을 추구해온 대만의 집권 민진당내에 대만독립 노선의 강령을 삭제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민진당 원외대표 32명은 최근 대만독립 강령을 삭제하는 대신 차이잉원(蔡英文) 총통이 주창하는 양안(兩岸·중국과 대만) '현상유지'론을 강령에 새로 삽입하는 내용의 건의안을 제출했다고 대만 중국시보(中國時報)가 17일 보도했다.

민진당 중앙집행위원회는 이미 이 건의안을 접수, 다음달 17일 열릴 전당대표대회에 논의안건으로 상정할 예정이다.

민진당 기관지 역할을 하는 메이리다오(美麗島)전자보의 우쯔자(吳子嘉) 부회장이 대표 발의자로서 전날 민진당 중앙위에 직접 이 건의안을 제출했다.

건의안은 전당대회에서 중앙위원회에 차이 총통의 현상유지론을 새 강령에 포함시킬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자는 내용이다.

시대요구에 부합하고 대만의 총의가 모아진 새로운 강령으로 양안 평화를 추구하는 당의 이미지를 강화하자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새로운 강령은 지난 1991년 민진당 창당과 함께 채택된 강령 제1조 '주권의 독립과 자주를 누리는 대만공화국을 수립한다'는 대만독립 노선을 대체하게 된다.

아울러 1999년 대만전도(前途) 결의문, 2007년 정상국가 결의문 등 민진당이 그간 추구해온 대만독립 노선 결의문도 폐기될 가능성이 있다.

발의에 참여한 궈정량(郭正亮) 전 입법위원은 메이리다오전자보에 게재한 기고문을 통해 "대만독립 강령과 2개 결의문은 상호 모순되고 용어도 일치하지 않는다"며 "민진당의 대만 정체성 주장에 대한 각계의 우려가 커지고 있는 만큼 시대에 맞춘 신강령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대만독립 노선이 민진당 강령에서 삭제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

우 부회장은 "건의안은 단지 민진당 중앙위에 신강령 문제를 위임토록 하자는 것일 뿐 강령에 담길 구체적인 내용을 주장하는 것이 아니다"며 "기존 강령과 결의문을 통합 정비하면서 신정부의 양안시책도 삽입하길 바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민진당내 반발을 우려해 서명자들의 명단도 공개하지 않았다.

왕민성(王閔生) 민진당 대변인은 이에 대해 "당 강령과 결의문은 민진당의 중요한 자산"이라면서 "전당대회 규정에 따라 당 대표들이 내놓은 어떤 의견도 논의에 부칠 수 있다"고 말했다.

중국도 민진당의 내부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안펑산(安峰山) 중국 국무원 대만판공실 대변인은 "건의안 관련 보도를 유심히 지켜보고 있다"며 "민진당이 진정으로 대만독립 주장을 포기하면 양안의 평화안정 발전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출범 한달째를 맞는 대만 신정부는 중국이 요구해온 '92공식'(九二共識·1992년 '하나의 중국'을 인정하되 각자 명칭을 사용하기로 한 합의)에 대해 여전히 모호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대만의 중국 담당 부처인 대륙위원회는 15일 보도자료를 통해 "대만 정부는 1992년 양안협상을 통해 이뤄진 약간의 합의를 존중하고 그 역사적 사실을 이해하고 있다"며 "이는 큰 선의와 함께 중요한 정책적 입장을 보여준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차이 총통이 지난달 20일 취임사에서 밝힌 내용과 똑같다.

(상하이연합뉴스) 정주호 특파원 jooh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