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화당 트럼프 대응 위해 "개인적으로 내 역할 시작할 의지 있어"

미국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사실상 패배한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이 경쟁자였던 힐러리 클린턴 전 장관과 "민주당의 변화를 위해 협력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샌더스는 거대자본으로부터 자유로우면서 일반 유권자들로부터 활동이 시작되는 정치, 그리고 대통령이나 연방의원뿐 아니라 주 또는 지방자치단체의 정치활동에 관심을 두는 일을 그동안 자신이 주장해 온 '정치혁명'이라고 설명했지만, 사실상 민주당 대선후보로 확정된 클린턴에 대한 지지를 명시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다.

샌더스는 16일(현지시간) 밤 자신의 선거운동 홈페이지를 통해 인터넷으로 중계한 연설에서 "클린턴 장관과 민주당의 변화를 위해 협력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그는 "민주당이 부유한 선거자금 기부자뿐 아니라 일하는 사람과 젊은이들의 정당이 되도록 하기 위해, 그리고 영향력 있는 특수 이익집단에 맞설 배짱을 가진 정당이 되도록 하기 위해" 클린턴과 협력하겠다고 설명했다.

샌더스 선거운동본부는 민주당 경선 일정이 끝난 지난 14일 오후 샌더스가 클린턴과 비공식 회동을 하고 "당을 통합하고 더 많은 사람을 정치 과정에서 참여시키기 위한 긍정적인 토론"과 "국가에 위협이 되는 위험한 (공화당의 사실상 대선후보) 도널드 트럼프"를 막기 위한 논의를 했다고 밝혔다.

샌더스는 그러나 지난 14일 회동에 이어 이날 인터넷 연설에서도 민주당 대선후보로서 클린턴을 지지한다는 발언을 하지 않았다.

이날 연설에서 샌더스는 "앞으로 5개월간 우리가 함께 직면한 주요 정치적 과제는 도널드 트럼프가 패배하도록, 그것도 크게 패배하도록 만드는 일"이라며 "나는 앞으로 매우 짧은 시간 안에 그 일을 위한 과정에서 개인적으로 내 역할을 시작할 의지가 있다"고 밝혔다.

블룸버그통신 등 미국 언론들은 샌더스의 이 말에 대해 지난 14일 면담 때보다 클린턴을 민주당 대선후보로 인정할 수 있음을 더 강하게 시사했다고 풀이했다.

트럼프와 관련해 샌더스는 "편협함을 기반으로 삼는 주요 정당의 대선후보는 필요 없다"며 분명하게 대립각을 세웠다.

자신이 주장해 온 '정치혁명'과 관련해 샌더스는 "진정한 변화는 위에서 아래로 내려오거나 부유한 사람들의 거실에서 생기지 않는다"며 일반 유권자들의 적극적인 정치과정 참여를 강조했고, "지역 또는 주 단위에서 전례 없던 방법으로 (정치) 과정에 참여해야 한다"며 유권자들이 자신의 지역에서 어떤 정치활동이 일어나는지에 대해 더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당부했다.

샌더스는 "미래의 역사가들이 언제부터 이 나라가 후퇴하지 않고 진보했는지를 되돌아볼 때 2016년의 정치혁명으로부터 시작됐다는 평가를 받는 게 내 희망"이라고 말하며 연설을 마쳤다.

샌더스 선거운동본부의 제프 위버 선대본부장은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샌더스 의원은 언제나 민주당 대선후보를 지지하겠다는 의사를 보여 왔다"며 "클린턴 선거운동본부, 그리고 우리 지지자들과 대화를 하는 일정한 기간이 지난 뒤에 우리는 매우 적극적으로 (민주당) 대선후보를 지지할 수 있는 입지를 갖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AP통신 집계를 보면 지금까지의 경선에서 클린턴은 2천800명, 샌더스는 1천881명의 대의원을 각각 확보했다.

민주당에서 대선후보가 되려면 2천383명 이상의 대의원으로부터 지지를 얻어야 한다.

(워싱턴연합뉴스) 김세진 특파원 smil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