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렉시트 고려해 추가완화 유보한듯…엔고 급가속에 달러당 106→103엔대
"브렉시트 투표 앞두고 영란은행 등과 긴밀 협의"…경기판단 "완만한 회복" 유지

일본은행은 기준금리를 현행 마이너스 0.1%로 유지하기로 하는 등 추가 금융완화를 보류했다.

일본은행은 16일까지 구로다 하루히코(黑田東彦) 총재 주재로 이틀간 열린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이같이 결정했다.

일본은행은 지난 1월 기준금리를 사상 처음으로 마이너스로 낮춘 이후 이번 달까지 4차례의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일본은행은 또 연간 약 80조 엔을 시중에 공급하는 기존 대규모 금융완화 정책을 그대로 유지했다.

일본은행 금융정책결정위원 9명 중 8명은 현행 통화정책 유지에 표를 던졌으며, 9명 중 7명은 기준금리 동결에 표를 던졌다.

이번 회의에서는 일본은행이 추가 완화를 보류할 것이라는 전망이 주를 이뤘지만, 일각에서는 추가 완화를 단행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었다.

블룸버그의 설문조사에서 경제전문가들의 28%는 일본은행이 이번 달에 추가 완화를 할 것으로 예상했다.

나머지 55%는 다음 달 추가 완화를 할 것으로 전망했다.

결국 일본은행은 23일 치러질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 찬반 국민투표 결과를 지켜본 뒤 추가 완화 여부를 판단키로 한 것으로 보인다.

일본은행은 국내 경기에 대해 "수출·생산 면에 둔화가 보이지만 완만한 회복을 계속하고 있다"며 완만하게 확대되는 기조를 보일 것이라는 경기 전망은 유지했다.

또 전년 대비 소비자 물가(신선 식품 제외)는 "당분간 소폭의 마이너스에서 0% 정도까지로 움직일 것으로 보이지만 물가의 기조는 확실히 올라가 2%를 향해 상승 속도를 높여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일본은행의 금리 동결 및 추가 완화 보류 소식이 전해지면서 달러 대비 엔화 환율은 폭락(엔화 가치 폭등)했다.

도쿄 외환시장에서 엔화 환율은 달러당 106.30엔으로 출발했으나 일본은행의 추가완화 유보 소식이 전해지자마자 104엔대로 떨어지더니 급기야 103.96엔을 찍었다.

엔화 환율이 장중에 이처럼 떨어진 것은 2014년 8월 이래 약 22개월 만에 처음이다.

엔화 환율이 하락했다는 것은 엔화 가치가 올랐다는 의미다.

앞서 이날 도쿄 채권시장에서는 일본 국채 금리가 사상 최저 수준으로 곤두박질쳤다.

국채 금리가 내렸다는 것은 국채 가격이 올랐다는 뜻이다.

일본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마이너스(-) 0.212%로 사상 처음으로 -0.2% 아래로 내려갔고, 5년 만기 국채 금리는 -0.308%로 역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장기 국채인 30년 만기 국채 금리는 0.153%, 20년 만기 국채 금리는 0.09%까지 떨어지면서 사상 최저 기록을 갈아치웠다.

반면에 주가는 급락했다.

닛케이평균주가는 전날 종가보다 3.05% 급락한 15,434.14에 거래를 마쳤다.

토픽스 지수도 2.78% 내린 1,241.56에 마감했다.

구로다 총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일본은행은 브렉시트 찬반 국민투표를 앞두고 영란은행을 비롯해 다른 글로벌 은행들과 긴밀한 협의를 하고 있으며, 국민투표에 따른 영향을 신중히 모니터링할 것"이라면서 "브렉시트 공포에 일본 국채 금리가 사상 최저로 하락했다"고 말했다.

그는 "환율의 과도한 움직임은 경제와 물가에 영향을 미쳐 적절하지 않지만, 일본은행의 정책은 환율을 목표로 하고 있지 않다"면서 "내년까지 물가목표치 2% 달성을 위해 필요하면 추가 부양에 나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도쿄 서울연합뉴스) 조준형 특파원 이 율 기자 jhcho@yna.co.kr, yulsid@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