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NRA와 총기규제 강화 협의"…총기옹호 공화 내 변화 조짐도
민주, 올랜도 테러 계기 규제방안 법제화 드라이브

미국 최악의 총격 사건으로 기록된 올랜도 테러 이후 '잠재적 테러범'들의 총기 구매를 막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민주당은 물론 총기규제 강화를 반대하는 공화당에서도 커지고 있다.

미국 플로리다 주(州) 올랜도 테러범인 오마르 마틴(29)처럼 미 연방수사국(FBI)의 테러리스트 감시 명단에 오른 이른바 '잠재적 테러범'들의 총기 구매를 금지하는 방안이 현실화할지 주목된다.

공화당의 사실상 대선 후보인 트럼프는 15일(현지시간) 트위터에서 "나를 공개로 지지한 전미총기협회(NRA)와 만나 '테러리스트 감시 명단'이나 '비행금지 명단'에 올라 있는 사람들이 총기를 사들이지 못하도록 하는 방안에 대해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는 앞서 지난해 11월에도 총기규제 강화 자체에는 반대하면서도 테러리스트 감시명단에 오른 사람들의 총기 구매는 허용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이에 대해 미국 내 최대 로비단체인 NRA는 무고한 사람이 잘못 테러리스트 감시명단에 오를 경우 애꿎은 피해를 볼 수 있다며 부정적 입장을 보여왔다.

NRA는 이번에는 트위터에서 "우리의 분명한 입장은 테러리스트들이 총기를 가져서는 안 된다는 것"이라면서도 트럼프와 만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마틴이 테러리스트와의 연계 의혹으로 수차례 FBI의 심문을 받고도 대량살상용 반자동소총 'AR-15'를 합법적으로 구매한 것으로 드러나 올랜도 참사 이후 미국 내에선 총기규제 및 관리상의 허점 논란이 일고 있다.

현행법 아래에선 '중범죄자'만 아니면 합법적으로 총기를 구매할 수 있다.

그동안 민주당은 총기규제 강화를 끈질기게 밀어붙였지만 의회를 장악한 공화당의 반대에 번번이 가로막혔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민주당은 올랜도 참사를 계기로 총기규제 강화 목소리를 더욱 높이고 있다.

크리스 머피(코네티컷) 등 민주당 의원들은 "의회가 더는 총기규제 법안 처리에 손을 놓고 있으면 안 된다"며 이날 상원에서 합법적 의사진행 방해 수단인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를 시작했다.

그동안 총기규제 강화를 반대한 공화당의 강한 어조도 올랜도 테러를 계기로 다소 누그러드는 모양새다.

공화당의 미치 매코널(켄터키) 상원 원내대표는 "테러리스트가 화기를 가지는 것은 누구도 원하지 않는다"며 테러리스트의 무기 구매를 금지하는 데 "열린 태도"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매코널 원내대표는 다만 민주당이 발의한 현재 법안을 통한 문제 해결은 없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총기규제 강화를 위한 양당 의원의 협업 움직임도 생겨났다.

공화당 상원의 '넘버 2' 존 코닌(텍사스) 수석부대표와 민주당 다이앤 파인스타인(캘리포니아) 상원의원은 감시 대상자의 총기 구매를 금지하는 법안 마련에 협력하기로 했다.

앞서 코닌 수석부대표는 과거 잠재적 테러리스트의 총기 구매시 당국에 검토 시간(3일)을 주는 법안을, 파인스타인 의원은 법무장관의 권한 확대를 내용으로 한 법안을 발의했지만 둘 다 의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공화당의 대선 후보이자 강력한 총기소유 옹호론자인 트럼프에 이어 공화당 일부 의원들도 총기규제 강화에 목소리를 내 수년간 민주·공화당이 대립한 관련 법안 통과가 이뤄질지에 이목이 쏠린다.

이와 관련 민주당의 해리 리드 상원 원내대표는 "공화당이 NRA의 극단적인 (총기옹호) 입장과 보조를 맞추는 자신들의 정치적인 태도를 덮으려는 연막작전에 지나지 않는다"며 최근 공화당과의 협의 움직임을 평가절하했다.

한편, 올랜도 테러 이후 이뤄진 미 CBS뉴스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미국 전역에서 공격형 무기 판매를 금지해야 한다는 데 찬성하는 비율이 57%로 직전 조사(38%) 때보다 20%포인트가량 높게 나타났다.

(워싱턴·서울연합뉴스) 심인성 특파원 김남권 기자 sims@yna.co.kr, kong79@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