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이래 4번째 회동…지난해 첫 공개 대면도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티베트(시짱<西藏>)의 정신적 지도자 달라이 라마를 만난다고 AP·AFP통신이 14일(이하 현지시간) 보도했다.

두 사람의 만남으로 달라이 라마가 티베트를 독립시키려는 정치적 목적을 가졌다며 비난하는 중국의 강한 반발이 예상된다.

오바마 대통령은 15일 오전 10시 15분 백악관 맥룸에서 달라이 라마와 비공개 회동을 가진다.

이번 만남은 미국의 최악 총격 테러로 기록된 '올랜도 참사'로 오바마 대통령의 대선 유세 일정이 취소되면서 전격 성사됐다.

AP통신은 "오바마 대통령은 민주당의 사실상 대선후보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의 위스콘신 유세에 함께할 예정이었지만 올랜도 테러로 일정이 미뤄졌다"며 "구멍 난 일정을 백악관이 달라이 라마와의 만남으로 채웠다"고 설명했다.

오바마 대통령이 달라이 라마를 만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오바마 대통령은 2010년 2월과 2011년 7월, 2014년 2월에도 달라이 라마를 백악관에서 만났다.

세 번의 만남은 중국의 강한 반발을 고려해 비공개로 진행됐다.

지난해 2월에는 오바마 대통령과 달라이 라마의 첫 공개 대면도 이뤄졌다.

오바마 대통령은 당시 워싱턴 D.C의 한 호텔에서 열린 국가조찬기도회에서 달라이 라마를 '성하'(聖下·his Holiness)라고 부르면서 "좋은 벗을 특별하게 환대한다"고 말했다.

달라이 라마는 이에 오바마 대통령과 청중을 향해 합장하고 절한 뒤 손가락으로 평화의 표시를 했다.

과거 두 사람의 만남 때마다 중국이 강력히 반발했던 만큼 이번 회동으로 남중국해, 무역 등에서 갈등을 빚은 미국과 중국의 관계가 더 나빠질 가능성이 있다.

중국은 이미 달라이 라마의 방미와 관련해 미국 측을 향해 "'하나의 중국' 원칙을 준수하라"고 강하게 경고했다.

루캉(陸慷)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전날 정례브리핑에서 달라이 라마가 "종교의 모자를 쓰고 국제무대에서 중국을 분열하려는 주장을 팔고 다닌다"며 "우리는 그 어떤 국가와 정부를 막론하고 그에게 활동 공간이나 토양을 제공하지 말 것을 요구하며 13억 중국인이 모두 반대하는 일을 하지 말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AFP통신은 이와 관련 "중국은 달라이 라마가 '양의 탈을 쓴 늑대'라고 주장하지만 정신적 지도자(달라이 라마)는 노골적인 독립이 아닌 티베트의 자율을 더 강조한다"고 설명했다.

달라이 라마는 중국의 압박 등으로 1959년 인도로 망명해 생활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김남권 기자 kong79@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