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PRI 北포함 9개국 보유 현황 발표…미·러 93% 차지

잇따른 핵실험으로 국제사회의 우려를 사는 북한이 핵탄두 10개를 만들 핵물질을 보유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스웨덴에 있는 조사기관인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는 올해 1월을 기준으로 전 세계 핵탄두의 규모를 추정한 보고서를 통해 이 같은 현황을 소개했다.

SIPRI는 세계 각국의 정부와 국제원자력기구(IAEA) 등이 공개한 자료를 토대로 분석했으나 근거가 석연치 않은 곳도 있다고 밝혔다.

이 단체는 2006년 처음으로 핵실험을 시작한 북한이 핵탄두 10개와 이에 필요한 핵분열 물질을 충분히 보유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진단했다.

그러나 실제로 가동할 핵무기를 생산하거나 배치할 능력이 있는지 확인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전 세계의 핵탄두는 1만5천395개로 2015년과 비교할 때 455개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조사 때 집계된 핵탄두의 규모에는 실전을 위해 준비된 것뿐 아니라 저장된 것, 폐기 절차를 밟는 것 등도 포함됐다.

국가별 핵탄두의 수를 보면 러시아가 7천290개로 가장 많았고 미국이 7천개로 뒤를 이었다.

두 국가의 핵탄두 수는 전체의 93%를 차지했다.

세계 핵탄두 수가 감소한 것은 러시아와 미국이 핵무기 재고를 감축한 영향이 컸다.

다만 러시아와 미국은 2011년부터 신전략무기감축협상(New START) 이행에 들어갔지만 핵무기를 감축하는 속도는 느리며, 동시에 핵무기 현대화 프로그램을 대규모로 진행 중이라고 SIPRI는 지적했다.

보고서를 작성한 한스 크리스텐센 SIPRI 연구원은 "미국 오바마 정부가 제시한 야심 찬 핵무기 현대화 계획은 핵무기를 감축하겠다는 오바마의 약속과 극명히 대조된다"고 말했다.

핵탄두를 보유한 국가는 총 9개국으로 나머지는 영국, 프랑스, 중국, 인도, 파키스탄, 이스라엘, 북한이었다.

이들 9개국이 실제 가동할 수 있도록 미사일에 탑재하거나 기지에 배치한 핵무기는 총 4천120개로 집계됐다.

SIPRI는 인도, 파키스탄, 중국이 국방 현대화 작업으로 핵무기를 계속 늘려가고 있다고 밝혔다.

중국은 핵탄두 260개, 인도는 100∼120개, 파키스탄은 110∼130개를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섀넌 카일 SIPRI 연구원은 "인도와 파키스탄이 핵무기를 위한 핵분열 물질의 생산역량을 확대해 핵탄두를 비약적으로 늘릴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스라엘은 핵탄두 80개를 보유한 것으로 추정됐으나 중국과 마찬가지로 실태가 불투명한 상황이라고 SIPRI는 전했다.

SIPRI는 러시아는 핵무기와 관련한 정보공개에 더 인색하다고 덧붙였다.

핵 보유국들이 핵무기를 계속 업그레이드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는 추세도 이번 보고서에서 지적됐다.

한 예로 미국은 2015년부터 2024년까지 미사일, 잠수함, 항공기 등 전달체계를 포함한 핵무기를 개선하는 데 3억4천800만 달러(약 4천85억원)를 지출하기로 했다.

러시아와 미국을 제외한 다른 핵무기 보유국도 무기 규모는 상대적으로 작지만, 새로운 핵무기 전달체계 배치를 시작했거나 앞으로 시작할 뜻을 밝혔다.

카릴 연구원은 "핵무기 수가 줄고 있지만 핵 비무장에 대한 전망은 어둡다"며 "핵 보유국들이 핵 억지력을 국가안보 전략의 핵심으로 계속 유지하려고 한다는 사실이 잘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서울연합뉴스) 김아람 기자 jangje@yna.co.kr, rice@yna.co.kr